['커피홀릭' 대한민국]나는 소망한다, 특별한 맛과 향을

입력 2012-10-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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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애호가들이 찾는 명소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아침 출근 길에, 점심 식사 후에, 저녁 데이트 때 어딜가나 한 손에는 꼭 커피를 들게 됐다.

그러나 1만개가 넘는 커피전문점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메뉴를 선택하더라도 대부분 판매되는 커피는 ‘공장용’ 원두로 만든 상품일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획일적인 맛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단순한 맛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원두의 원산지부터 다양한 맛까지 ‘특별한 한 잔’을 찾기 위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나선 것이다. 이제 오히려 까다로워진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서덕식 칼디커피클럽 대표와 허형만 압구정커피 대표를 만나 보았다.

◇칼디커피클럽, 국내 최초 '숯 로스팅' 방식 도입 = 서덕식 칼디커피클럽 대표는 ‘숯 로스팅’ 방식을 국내 최초로 들여온 주인공이다. 일본 유학시절 접한 숯 로스팅이야말로 문명사회로 인해 퇴색돼버린 전통을 지키면서 원두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 10년 전 생소했던 이 방식은 이제 커피 애호가라면 꼭 마셔보고 싶은 커피로 자리잡았다.

서 대표는 “본래 우리가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찾아가자는 의미일 뿐 특별한 것이 아니다. 도자기가 불에 의해 탄생되는 것처럼 커피 역시 불을 얼마만큼 다루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반 로스팅과 숯 로스팅은 얼마나 다를까. 서 대표는 생두를 볶는 시간부터 원두의 맛까지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가스 방식)으로 로스팅할 경우 15분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숯을 이용할 경우 그 시간은 배로 늘어난다. 맛은 일반로스팅 된 원두보다 훨씬 진하다.

서 대표는 “고기를 구울 때 센 불을 이용하면 겉만 익을 뿐 골고루 익지 않는 것처럼 숯 로스팅은 불을 이해하면서 원두를 만드는 것”이라며 “숯 로스팅을 거친 원두는 한국의 맛인 구수함부터 쓴맛, 신맛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술을 마신 후 ‘해장 커피’를 즐기는 서 대표는 커피를 애인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가고 있는 커피전문점들에 대한 쓴소리도 전했다. 커피교육도 함께 도맡고 있는 서 대표의 눈에 ‘쉽게’ 커피를 대하는 자세가 불편하게만 비춰진 것이다.

그는 “요새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전문점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안되면 버리는 경우가 많아져서 안타깝다”며 “이는 서로 사랑하는 이들이 좋아서 살다가 싫어져서 쉽게 이혼하는 거와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 대표는 앞으로 커피 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을 찾아 ‘커피의 태생’을 연구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직접 농장도 운영하겠다는게 그의 꿈이다.

그는 “커피의 매력은 무한한 향과 맛에 숨겨져 있다. 그 맛을 이해하면 커피에 빠져들게 된다”며 “커피의 처음 맛과 마실 때마다 그 맛이 변하는 것이 인생과 닮았다”고 전했다.

이어 “커피인생 마지막으로 동남아 지역에 가서 농장을 운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보석은 찾아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뛰면서 새로운 커피를 찾고 싶다. 인생은 발품 아닌가”라고 말했다.

◇압구정커피집, 테이블 딱 한개…테이크아웃 '북적' = ‘압구정커피집’의 허형만 대표는 커피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갓 볶은 커피 원두를 즐길 수 있는 손에 꼽히는 전문점이기 때문이다.

허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압구정커피집’에는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테이블이 고작 하나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대부분 테이크 아웃을 한다. 머무를 수 있는 장소는 협소하지만 대신 고급 커피 맛을 볼 수 있는 작은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허 대표는 18년 동안 커피회사에 근무하고 압구정 커피집을 운영한 지는 10년을 넘겼다. 30년이 넘도록 커피와 함께해 온 그는 새벽에 매일같이 나와 생두를 볶는다. 힘들 법도 하지만 허 대표는 커피를 볶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많이 볶을 때는 5시간 이상, 적어도 2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볶을 때마다 기계 상태가 다르고, 화력이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말했다.

가게에 오는 손님에게 ‘그냥’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원두를 맛있게 먹는 방법, 손님이 가지고 있는 기계의 사용법 등의 조언 한 마디를 꼭 건넨다. 선생님이 따로 없다. 실제 허 대표는 커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285명이 수강 신청을 했다. 수강생도 1932년생부터 1992년생까지 다양하다.

허 대표는 “커피 지식을 공유하고 한국 커피 문화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자 아카데미를 실시했다”며 “맛있는 커피를 구분할 수 있는 고객층이 두터워지면서 맛있는 집이 잘 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고 말했다.

식품공학과를 전공한 허 대표는 맛있는 커피를 전하기 위해 직접 설탕 시럽을 제조한다. 쓴맛뿐만 아니라 단맛이 더해졌을 때의 묘미를 고객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커피에 대한 애정으로 그는 지난 2009년엔 ‘허형만의 커피스쿨’ 을 발간해 2만명이 넘는 커피애호가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허 대표는 맛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도 전했다. 그는 “첫째, 색을 볼 수 있게 커피 잔 안쪽이 하얀색 잔을 이용해야 한다. 커피색은 호박(琥珀)색이 좋다. 둘째, 향을 즐겨야 한다. 셋째, 커피를 마신후 입안에 10초 이상 머금은 후에 목 넘김을 해야 한다. 커피를 마신후 입안이 편하고 목넘김이 편한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앞으로 커피 생산국을 방문해 재배자들의 애환을 알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 정성을 얼마나 쏟아야 하는지, 재배시에는 어떤 외부 영향이 미치게 되는지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허 대표는 커피를 대할 때는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볶은 커피를 먹어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Coffee tells roaster’. 제가 만든 말입니다. 나태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마음가짐이 커피로스팅의 가장 중요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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