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강혁 산업부장 "추억으로의 경영여행"

입력 2012-10-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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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도 추억이 돼 버렸다. 그 뜨거웠던 바닷가도 이젠 철지난 바닷가다. 늦더위가 길다보니 올 가을은 짧을 것 같다.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 새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짧기 때문에 소중한 가을. 가을은 나를 찾는 의미 있는 계절이다. 일 때문에 사업 때문에 건강 때문에 잊혀 졌었던 영혼이 다시 나와 만나는 소중한 계절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지금, 올 가을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인생의 한 조각이다.

가을이 소중한 건 추억과 회상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현재가 의미 있는 건 추억과 회상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현재가 힘들고, 미래가 암울해도 과거의 추억이 있으면 그 힘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다보면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희망이 보이질 않는 건 너무 미래만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학 비평가인 조르주 풀레는 말했다. “회상이란 인간이 혼자 힘으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인간을 구출하기 위해서 찾아온 천상의 구원” 이라고….

그래서 시인 박인환은 그의 시 《세월이 가면》에서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이라고 읊었는지 모른다. 매일 술만 마시다 31세 나이로 요절(夭折)했지만 그에게 과거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되찾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는 7부작 장편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회상’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김용규는 그의 책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에서 “사람은 자기가 누구였는지를 알게 됨으로써 비로소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이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알게 된다. 결국 사람의 정체성을 확보해주는 게 바로 기억(회상)” 이라고 말했다.

과거, 회상 또는 추억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고 읊은 고려 말 문신 우탁의 《백발가》에는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짖게 베어있다. 우탁에게 과거는 ’흘러간 물”이고 아쉬움에 대상이다.

그런가 하면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 ‘시간’에서 세희(성현아 扮)는 “시간이 무서웠어, 모든 걸 변하게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세희에게 회상은 두려운 감정이다. 때론 우리도 이런 감정을 느낀다. 오랜 기간 잊고 살았던 고향에 가면 아련한 추억과 함께 알 수 없는 두려움 감정이 몰려온다.

과거는 아쉬움의 대상도,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다. “지나간 과거인데…” 내뱉으며 시간의 저편 속으로 던져버릴 것도 아니다. 과거는 과거대로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박인환처럼, 프루스트처럼 과거는 현재를 의미 있게 해주는 또 다른 현재다. 간혹 현실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과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치는 가을이다. 경영자들에게 올 가을은 특히 더 외롭고 힘든 것 같다.

경영자여! 힘들 때 당신의 과거를 끄집어내라. 그리고 그 추억을 회상하라. 미래를 구상하는 것만큼 과거도 떠올릴 때 현재가 아름다워지고 미래가 풍요로워질 것이다.

다음은 켈트인에게 전해 내려오는 글이다.

“지쳐버린 많은 사람은 그 동안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알을 잠시 멈추고 자신들의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그대의 영혼이 다시 그대를 만나게 하라. 그것은 그대의 잊혀진 신비와 다시 가까워지는 멋진 일이다.”

<공병호 ‘초콜릿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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