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으로 본 ‘원정 지옥’

입력 2012-10-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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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베식타스 팬들(사진=뉴시스)
한국 대표팀이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0 : 1로 패하면서 이란 원정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해발 1273m에 위치한 경기장으로 원정팀에게는 이 높이에서 경기를 치르는 자체가 큰 부담이다. 실제로 이란은 최근 8년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A매치에서 35승을 거두는 동안 10무 2패만을 더해 막강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1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관중의 함성은 원정팀의 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이란은 이슬람국가로 남성들로만 스탠드가 채워지기 때문에 살벌한 분위기도 연출된다. 이란은 축구뿐만 아니라 자국 내 인기 종목인 배구나 아마추어 레슬링 경기 등에도 여성 관중의 입장이 금지된다. 최근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몇몇 경기장에 한해 극히 일부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지만 남성 관중들과는 철저하게 분리되며 전체적으로 보면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자디 스타디움과 같이 원정팀에게 최악의 조건인 경기장은 전세계적으로도 많다. 불리한 조건은 크게 높은 고도, 강추위,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이 중 높은 고도에 광적인 응원이라는 또 한 가지 조건이 추가됨으로써 원정팀에겐 최악의 조건이다.

높은 고도에 위치한 경기장은 아자디 스타디움만이 아니다. 볼리비아 라파스(해발 3577m), 페루 쿠스코(해발 3500m)에 위치한 경기장에 비하면 아자디 스타디움은 뒷동산 내지는 언덕 수준이다. 남미는 볼리비아와 페루 외에도 콜롬비아 보고타(해발 2640m), 에콰도르 키토(해발 2800m) 등에 위치한 경기장들이 해발 25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에 FIFA는 2007년 2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A매치를 거행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차후 이를 3000m로 수정했다가 남미 국가들의 반발에 막혀 규제 자체가 흐지부지됐고 현재는 규정이 유명무실해졌다.

강추위 또한 원정팀의 적이다. 러시아 원정이 대표적인 예다. 유로 2008 예선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잉글랜드를 홈으로 불러들여 역전승을 거뒀고 그로 인해 자력 본선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모스크바의 강추위와 함께 히딩크는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낯선 인조잔디 구장을 선사(?)하는 치밀함까지 선보였고 8만5000명의 구름관중은 덤이었다.

A매치는 물론 스파르타크, CSKA, 디나모 등 모스크바에 연고지를 둔 클럽들이 유럽 클럽대항전에 나설 경우 하얀 눈 밭 위에서 주황색 공을 차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원정팀에게는 색다른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조건인 셈이다.

원정팀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광적인 팬이다. 이란 같은 이슬람국가들의 경우 대개 여성 관중이 입장할 수 없어 남성들로만 스탠드가 채워지기 때문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광적인 팬들로 유명한 곳은 터키, 그리스 등이다. 터키는 이스탄불에 연고를 둔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베식타스 등 클럽팀들간의 경기에서도 험악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이스탄불은 일명 ‘원정팀의 지옥’으로 통하는 곳으로 원정팀이 이 곳에서 승리할 경우 원정팀 선수들은 성난 관중들로 인해 경기 후 3~4시간은 족히 라커룸에 갖혀 있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경기 종료 후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들에게 관중들이 이물질을 던지는 경우도 있어 선수 이동 터널을 하프라인까지 끌어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스 역시 아테네에 연고를 둔 파나티나이코스, AEK 그리고 아테네 인근 해안 피래우스에 연고를 둔 올림피아코스의 팬들이 특히 광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들과 유럽 클럽 대항전을 치르는 해외 원정팀들은 그리스 원정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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