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점령한 '19금']"술·담배 괜찮지만…"…봐줄듯 말듯 심의위 '애매한 드립'

입력 2012-10-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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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라이트 나우' 유해판정 철회…모호한 심의기준에 객관성 논란

▲사진=YG엔터테인먼트
얼마 전 가수 싸이의 히트곡 ‘라이트 나우’의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이 철회됐다. ‘라이트 나우’는 ‘인생은 독한 술’ ‘놀고 자빠졌네’ 등의 가사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돼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단지 술과 담배가 가사에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된 곡은 셀 수없이 많다. 심의기준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논란이 됐던 심의기준의 자의적 해석 범위를 줄이고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야 음반심의세칙을 제정했다. 예를 들면 술·담배 표현의 경우, 직접적·노골적으로 이용을 조장하거나 권장, 미화하는 경우에 한정해 유해 판정이 되도록 했다. ‘라이트 나우’도 새로운 심의세칙을 적용받았다.

최근 미성년자 대상 강력 범죄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관련 규제 마련에 부산을 떠는 모양새다. 여성가족부는 16일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매체를 유해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개별심의기준에는 ‘청소년의 특정 신체 부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이란 내용을 담은 항목이 추가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 등의 기준이 명확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큰 기준을 마련한 뒤 각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방송은 물론 공연, 영화, 뮤직비디오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미성년자 연예인의 성적인 모습이 부각되면 해당 매체에 ‘19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이 내려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지난달 25일 어린이와 청소년의 노출과 선정적인 장면을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규정을 어긴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주의’ ‘해당 프로그램 중지’ ‘관계자 징계’ 등의 제재를 결정하고 위반 수위가 낮다고 판단하면 행정지도 성격의 권고와 의견을 제시한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8월 미성년자이던 가수 현아의 안무에 대해 권고를 내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방송 프로그램 등급은 폭력성, 선정성, 언어사용정도를 기준으로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모든 연령 시청가, 7세 이상 시청가, 12세 이상 시청가, 19세이상 시청가 등 4개 등급을 부여한다. 다만 영화를 방송할 경우에는 ‘15세 이상 시청가’를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의적인 판단이 많아 방송사 등급부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등급 분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현재 영화 및 비디오물의 등급 분류는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의 5개 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영등위는 그동안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받아온 영화 등급 분류 기준을 지난 8월 18일부터 117개 조문으로 세분화해 각 등급마다 단계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성적 내용과 관련된 신체 노출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경우 청소년 관람불가, 성기를 구체적으로 노출하거나 실제 성행위 장면이 있을 경우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영상물 등급제는 여전히 ‘표현의 자유 제한’과 ‘관련 산업 경쟁력 저하’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아무리 기준을 세분화하더라도 영상물에 대한 관점과 시각이 다양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논쟁이 발생할 여지를 안고 있다.

특히 같은 날 시행된 인터넷 뮤비(뮤직비디오) 등급분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뮤비는 전체, 12세, 15세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 4개 등급으로 나뉜다. 선정성, 폭력적 측면에서 방송보다 수위가 높은 뮤비가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가요계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등급분류 처리 장기화에 따른 마케팅 차질, 국내 사이트 공개 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지만 해외 사이트에서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따른 역차별 문제, 한류를 주도하는 K팝을 위축시킨다는 주장 등을 펼치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 측은 “등급분류는 뮤비를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검열제가 아니라 모든 뮤비의 공개를 전제로 연령별 내용정도를 제공하는 안내”라고 밝히며 “시행 전 우려가 제기됐지만 등급 분류 소요일 단축, 등급표시 간소화 등으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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