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은 1990년대 압구정 로데오에 자리 잡고 유행을 이끌던 가게들이 대규모 자본의 등쌀에 못이겨 신사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형성됐다.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가로수길로 진출한 이후 개인샵이 주를 이루던 이곳이 작년부터 SPA브랜드들이 집결하고 새로운 형태의 편집매장이 들어서면서 가로수길은 그야말로 패션 격전지가 됐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카페문화가 인기를 끌며 가로수길로 사람들이 모이자 가로수길에서 유행하면 ‘뜬다’라는 인식이 확산돼 유행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가로수길 패션 전쟁의 본격적인 시작은 SPA다. 제일모직이 SPA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를 비롯해 스페인 브랜드 자라(zara), 미국 브랜드 포에버 21(forever21) 스파이시 칼라(spicy color)가 입점해 있고 스웨덴 브랜드 H&M도 내년 상반기 입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SPA 시장을 두고 가로수길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파이시 칼라는 화려하고 강렬한 원색이 돋보이는 제품들이 특징인 브랜드로 명동점과 가로수길점에서 20대에게 유니크함을 어필해 롯데 영플라자에도 입점했다. 스트리트 브랜드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가로수에서 패션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기업 계열의 패션 브랜드도 유행을 선점하기 위한 매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LG패션의 TNGT는 가로수길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 가로수길 매장을 찾는 고객에는 가로수길 주변 거주자 중 애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 점에 착안하여 애견용품 전문 브랜드인 ‘에이미’를 들여와 제품을 함께 판매한다. 또한 20~30대 여성 고객이 많은 점에 착안해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소품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에 가두점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도 가로수길에 속속 프래그십 형태의 매장을 내고 있다. 디젤은 가로수길에 전문점을 내면서 가로수길과 어울리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디젤 본사에서 직접 내한해 매장을 설계했다.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디젤의 브랜드 이미지와 최신 유행이 빠르게 흡수되는 가로수길의 특징이 맞아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3층을 콘셉트스토어로 꾸며 지금까지 국내에 선보이지 않았던 디젤의 최고급 라인 ‘블랙 골드’의 다양한 상품들과 향수, 콜라보레이션 상품, 바이크, 헬맷, 패션 소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널 홍보팀 과장은 “가로수길은 패션과 문화의 거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또한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성이 강한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