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비리사건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얘기다. 원전 고장 은폐, 납품비리 그리고 최근 터진 위조 부품까지 내부적으로 곪아왔던 환부가 쉴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원전 마피아’란 지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모든 비리의 중심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수원의 내부감시 시스템이 있다. 그동안의 비리 사건들을 되짚어보면 대부분 내부가 아닌 외부 제보로 실체가 밝혀져 왔다. 실제 이번 위조부품 사건도 외보 제보가 없었다면 그대로 묻힐 뻔 했다. 자체 감사팀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내부개혁이 필요했지만 이들에게 개혁과 쇄신은 없었다.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그저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데만 급급했던 거다.
지난 8일 한수원 노동조합이 이번 위조 부품파문에 대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내부 감시자로서 역할에 충실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노조의 담화문은 아직까지 국민들에게 와닿지 못한다. 과거 국가보안시설이란 이유로 지속돼 온 폐쇄적인 경영과 순혈주의가 한수원의 뼈 속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수십년간 역할을 하지 못했던 내부감시 시스템이 한순간에 바뀌긴 쉽지 않다.
전력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 원전 관료들의 묵인과 용인 등이 반복되면서 내부 부패와 무사안일주의가 쭉 이어져 온 것”이라며 “한수원 구조 자체를 바꾸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이 없다면 쇄신은 말로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부르짖는 쇄신의 첫걸음엔 순혈주의 타파가 우선돼야 한다. 고인 물은 썩게 돼 있다. 외부 공모를 늘려 물이 고이지 않고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외부 인사들이 지속 영입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한수원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왔던 ‘원전 마피아’식의 사고 방식에도 깨질 것이다. 쇄신은 그 곳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5000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