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은 2004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 처음 콜라보레이션을 한 이래 베르사체, 랑방, 마르니 등과 컬렉션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시즌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와 손을 잡았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마르지엘라만의 독특한 디자인 특성에 반한 마니아들은 H&M과의 협업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명품의 대열에 있는 유명 디자이너 옷을 SPA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가을 시즌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베르사체 브랜드가 H&M과 함께 한정판을 선보였다. 두바이와 베이징 H&M 매장에서 24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 고객들은 30분 만에 베르사체 컬렉션을 매진시켰다. 상점에 직접 갈 수 없는 경우 온라인 구매를 위해 몰려들어 웹사이트까지 다운됐다. 지난해 마르니(Marni)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5시간 만에 매진된 바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H&M 콜라보레이션 컬렉션 출시는 패션계의 큰 변화라는 평이다.
H&M은 대표적인 SPA 브랜드다. SPA 브랜드는 제품 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한다. 백화점과 같이 고비용 유통을 피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좋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심어질 수밖에 없다. H&M은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택했다. SPA 브랜드가 유명 디자이너와 제품을 출시한다는 소문은 어지간한 광고보다 훨씬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컬렉션 제품은 한정 판매를 기본으로 한다. 구매자는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희소성에 가치를 두고 구매하는 현상도 생긴다. 무엇보다 H&M의 콜라보레이션이 매력적인 이유는 가격이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디자이너의 옷을 80~9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례화된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H&M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어 2004년 이후 매 시즌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그 기대감 또한 매우 높다. 전 세계 판매가 시작되기 전까지 콜라보레이션 디자이너를 극비에 부치고 있어 소비자의 마음을 더욱 애태우게 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 H&M이 선보인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는 해체주의를 패션에 도입해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보통 옷에서는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솔기를 노출시키고 단은 마무리하지 않는다. 옷의 제작 과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옷에 달리는 라벨은 텅 비워두고 쇼에 서는 모델은 종종 눈이나 얼굴을 가리고 등장한다.
H&M과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가 협업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with H&M’은 지난 15일 전 세계 230여개 매장에서 소개됐다. 전체적으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창의적인 패션 방향을 대표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대표적인 색상인 화이트, 블랙, 레드, 누드, 실버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코트, 팬츠, 풀오버를 오버사이즈로 디자인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자동차 시트커버를 사용한 드레스, 캔디 모양의 클러치, 글러브 동전 지갑, 손목시계에서 모티브를 얻은 팔찌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과 소재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디어가 작품으로 변신한 것을 볼 수 있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with H&M’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남성 및 여성용 의류와 액세서리를 새롭게 구성한 리에디션 컬렉션 제품으로 각각의 아이템에 제품이 처음 소개된 연도와 시즌이 표시된 태그가 부착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