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의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본격 개막됐다. 특히 이번 정기 임원인사는 세계 경제위기의 지속과 환율하락으로 ‘저성장 장기화’가 고착될 것이라는 위기감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쉽지 않아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주 LG그룹을 시작으로 다음달 삼성과 GS·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그룹들의 사장단·임원인사가 예정돼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가 ‘성과주의’라는 신상필벌 원칙이 강하게 반영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는 지난 28일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정기인사를 실시한 LG그룹에서 발견할 수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인화를 강조하며 순리적인 승진인사를 해왔다. 그러나 “철저히 시장선도 성과로 평가하겠다”는 구본무 회장의 선언대로 LG전자 54년만의 첫 고졸 출신의 사장이 등장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졌다.
다음달 첫째 주 정기인사가 있는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듭한 만큼 대대적인 승진인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이 거듭 강조되고 있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큰 폭의 물갈이 인사도 점쳐지고 있다.
이달 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긴장감이 가득하다. 조선업황 침체의 장기화로 극심한 수주부진을 겪은 현대중공업은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원진들이 대거 물갈이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터진 미국 연비논란과 집단소송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새 인물의 승진 인사가 관심이다. 현대차는 정기인사에 앞서 지난 10월 남양연구소 수뇌부를 교체했다. 또 이달에는 미국 앨라배마공장 법인장에 천귀일 러시아공장 법인장을, 러시아공장 법인장에는 신명기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장을 각각 임명했다. 이처럼 엔지니어의 전진 배치가 현대차의 이번 정기인사의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품질경영’이라는 화두가 지상과제로 작용한 것이다.
SK그룹은 인사시기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회사 측은 예년처럼 12월 말 정기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재판(회사자금 횡령혐의)이 진행 중이어서 시기와 인사폭은 유동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이 인사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예년 보다 한달 늦은 내년 1월1일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몇몇 인사들의 사임과 이동으로 인사수요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현재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것을 고려할 때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