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근로자 임금 딜레마에 빠졌다.
저임금으로 동남아시아가 경제 고성장 혜택을 누렸으나 노동조합은 물론 정치인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고용 축소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필리핀이 지난 3분기에 7.1%의 경제성장률을 올린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6.2%), 말레이시아(5.2%), 베트남(4.7%), 태국(3.0%) 등 동남아 각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최근 최저임금을 일제히 올리거나 인상할 예정이어서 동남아 주요국의 저임금 매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는 내년 최저임금을 4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태국은 올 초 7개주가 최저임금을 올렸으며 내년에 나머지 주도 임금 인상 추세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는 내년에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당국의 임금 인상 움직임에도 근로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이날 수만명의 근로자들이 한국과 일본 등 외국대사관 앞을 행진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임금인상과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버스 기사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26년 만에 처음으로 집단파업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동남아시아 각국이 임금을 인상하고 있지만 아직 임금 수준은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며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 활성화 등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임금인상 추세로 경영환경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태국의 한 도자기업체 사장은 “지난 2년간 인건비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직원을 뽑을수록 손해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완 크레디트스위스(CS) 이코노미스트는 “점점 더 많은 중소기업이 고비용 환경에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이런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