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따른 은행 수익성 악화 우려에 내년 경영 키워드를 해외 금융사 M&A(인수·합병)를 잡고 있다. 이는 국내 영업 환경이 예대마진 축소와 자산성장 억제, 충당금 추가 적립 등 극도로 악화된 만큼 해외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12일 금융원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열린 2013년도 경영전략회의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체질 개선 차원에서 해외 금융사 M&A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의 새로운 수익모델 마련을 위해 해외진출 등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을 밝힌터라 컨티전시 플랜(위기경영) 재수립 등 보수적인 경영체제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중·장기전략을 앞당겨 추진하는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5일 그룹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특강에서 해외 금융회사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회장은 “이제 국내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인도네시아와 미국 등에서 M&A를 추진하고 있다”며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자기 몸집보다 10배 큰 영국 미들랜드은행과 M&A를 통해 세계적인 은행으로 발전된 사례처럼 이제 우리도 국내보다 외국에서 M&A에 나설 시점"이라고 말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난 10일 한 정책심포지엄에서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M&A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어 회장은 중국과 인도, 아시아 개도국을 우선적으로 공략한 뒤 장기적으로 미국, 유럽 등에도 터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한동우 신한지주회장은 지난 7일 사회공헌활동 현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을 꾀하고 인수합병, 지분투자 등 사업방식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내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할 찬스가 왔다”며 해외 금융기관 M&A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 아닌 예금자 수신기반을 갖춰 국제적인 메가뱅크로 거듭나야 한다는 판단에 국내·외 은행 M&A에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금융서비스 수요 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글로벌시장 확대로 이를 충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과거 미쓰비시UFJ, SMBC, 미즈호 등 일본 은행들은 M&A를 통해 해외수익 비중을 20~30% 수준으로 끌어 올렸던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