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역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새너제이 소재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이 애플의 삼성제품 26종 판매금지 요청을 기각했다고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특허소송 본안소송을 담당하는 루시 고 판사는 이날 “삼성이 애플의 고객 기반을 어느 정도 침해할 수는 있으나 삼성이 애플의 고객 기반을 완전히 없앴다거나 스마트폰 사업을 못하게 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이 애플의 매출에 영향을 끼쳤다해도 애플의 독자적인 시장 참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월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애플에 10억 달러 이상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지난 6일 특허소송 1차 최종 심리가 시작됐으며 루시 고 판사는 사안의 복잡함을 들어 사안별로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루시 고 판사는 지난 13일 삼성이 제기한 애플의 표준특허 2건을 침해 사안을 이번 소송에서 다루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한편 루시 고 판사는 이날 벨빈 호건 배심원장의 자격 문제에 따른 삼성의 재심 요청도 기각했다.
삼성은 지난 9월 호건이 배심원 선정과정에서 삼성이 2대 주주로 있는 하드웨어 업체 씨게이트와 과거 소송을 벌였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자격에 문제가 있다면서 배심원들의 평결을 파기해 달라는 평결불복심리를 요청했다.
고 판사는 “호건이 고의적으로 사실을 속였는지 확실치 않다”면서 “또 씨게이트와 삼성의 관계를 알았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삼성 모두 이날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종심리 이후 판결을 보면 삼성은 표면적으로 애플과 장군멍군했으나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인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배심원 평결 이후 다시 유리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의 마노즈 메논 상무이사는 “애플이 배심원 평결에서 승리한 이후 점차 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애플은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소송에서 삼성의 특허 침해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