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교육 행정가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만큼 새 정부에서 지방대학 육성 등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주도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7월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고교무상교육, 대학특성화 추진 등은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서 내정자는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직후 “박 당선자와 코드를 맞춰 조직안정에 주안점을 둔 교육행정을 펼쳐나가겠다”면서 “경북 경주의 위덕대 총장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지방대 교육 활성화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교육관료출신 첫 교육장관…노무현 사람에서 박근혜 사람으로 =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서 내정자는 행정고시 22회 출신으로 1979년 교육부 전신인 문교부에서 공직의 첫 발을 디뎠다. 이후 줄곧 교육 행정가의 길을 걸어왔다. 교육부 대학학무과장·교육정책기획관·대학지원국장, 서울대 사무국장 등 대학업무와 정책기획 부문의 요직을 주로 맡았다. 또 경기도와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도 지내 초중등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2008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경인교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 홍익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하며 강의와 연구활동을 했다. 지난해 9월엔 경북 경주시 위덕대의 첫 공모 총장으로 선출됐다.
서 내정자는 2007∼2008년 참여정부 마지막 교육차관을 지낸 노무현 정권 사람이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교육부를 떠나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교육 수장으로 화려한 친정 복귀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이같은 깜짝 인사 배경에는 대탕평 인사원칙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육 관료로서의 정책 전문성과 업무수행 능력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두뇌한국(BK21)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한 핵심 참모였다. 교육부 과장, 국장과 차관보 시절까지 여러 정부에서 대학 정책 입안과 시행을 주도해 대학입시에 대해선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도 들린다.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시절 대입 정책과 로스쿨 도입을 총괄하기도 했다.
◇원리원칙주의 정책달인…‘학생 우선주의’ 교육철학 = 서 내정자는 교육계의 대표적인 원리원칙주의자로 통한다. 특히 대학자율화에 크게 공감하면서 고등교육 개혁에 있어 남다른 원칙과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5·31 교육개혁’을 주도하면서 지난 20년간 교육 개혁의 흐름인 학교 자율화·다양화의 큰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선 교육정책을 담은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수립을 주도했다. 당시 학생인권 문제와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교육 5적’이라 불리며 좌편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시절엔 부실대학을 걸러내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주창했다.
지방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게 서 내정자의 지론이다. 그는 “서울지역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고 유사학과를 통폐합하는 전면적인 학사 개혁에 착수해야 하는 한편 스스로 낭비적,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해 부족한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고등교육 개혁과 함께 학생우선주의도 그의 교육철학이다. 그의 30년 교육행정도 ‘학생 우선의 교육복지 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 엘리트 중심이 아닌 보편화 교육시대에 맞는 행정 등 대학의 모든 시스템을 학생 중심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위덕대 총장 재임시절 ‘학생 중심 대학’을 줄곧 강조하며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위덕대의 한 관계자는 “총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강의실 환경 개선과 기숙사 리모델링을 먼저 챙겼을 정도로 학생 위주의 정책을 많이 펼쳤다”면서 “아침밥을 못먹는 학생들에겐 주먹밥을 나눠주고 교직원들과는 자주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격의 없는 소통을 했다”고 전했다.
업무스타일은 교육 정책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과감한 추진력을 갖춘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교육부 재직 시절 부하직원들로부터 ‘서 주사’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하다.
공사 구분도 분명해 교육부 내부에선 청렴하고 깨끗한 관료로 정평이 나 있다. 대학비리 사건으로 교육부 직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때도 사소한 비위조차 드러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과천의 소형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생활하고 있으며 총장 시절에도 관용차를 잘 이용하지 않아 평소 생활도 검소하고 소박하다는 평가를 얻는다. 쾌활한 성격에 선후배 간의 대인관계도 원만하며, 교육관료 가운데서는 드물게 달변이어서 언론관계도 좋은 편이다. 30여년 전 불교와 인연을 맺어 틈만 나면 법회에 참석하고 불전을 공부해 불교계에선 독실한 불교신자로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