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과 공공요금의 무더기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그동안 정부가 외면한 건 정권교체기의 정책 공백과 통계에 대한 맹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터 올해 1월까지의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6%, 1.4%, 1.5%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1%를 나타낸 것으로 4일 발표예정인 2월까지 1%대를 보일 경우 4개월 연속이다. 4개월 연속 2%대 미만 기록이 나올 경우 1999년 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14개월 연속 2% 미만을 보인 이후 13년 만의 대기록이다.
하지만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품목들은 1%대가 아니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수도 및 주거서비스, 전기 등 연료, 교통 등 이들 부문의 물가상승률은 같은 기간 각각 3.05%, 2.82%, 3.09% 씩 올랐다. 평균 소비자물가인상률의 2~3배 가량이다.
특히 수도와 주거서비스는 평균 4.64%를 기록했고, 전기 등 연료 부문은 3.82%로 급등했다. 대선이 끝난 후 1월에는 이들 부문이 각각 5.04%와 4.28%로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술을 제외한 비주류 음료는 평균 2.96%, 식료품도 2.12% 상승했다. 교통은 상승폭이 비교적 적은 1.38%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이 평균 4~7%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부터 시작된 가공식품의 가격인상률을 살펴보면 두부와 콩나물, 고추장 등 장류, 밀가루 등이 대부분 7~10% 가량 급등했다. 채소류의 가격이 당근과 양파 등이 100~200% 가량 폭등했다. 배추와 대파 등도 상승률이 가파랐다.
1% 대의 물가상승률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주요 먹거리의 가격 오름세는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서민 엥겔지수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지수 최고치를 기록한 건 서민생활이 더욱 궁핍해졌음을 뜻한다.
물가안정기조가 무너지자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민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편승 인상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 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난 주말 주무부처들도 물가대책회의를 열고 공공요금 억제 등을 골자로 집중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 이틀 후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이 오르는 등 이미 오를 건 다 올랐는데 무슨 실효성이 있겠냐”면서 “경제부총리와 해당 장관까지 공석이 상태에서 물가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