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처리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여당 일각에서는 직권상정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한 국회선진화법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이 같은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야가 타협점을 찾기 힘들고 한 쪽의 양보를 기대하기엔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직권상정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법 86조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으로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 등을 규정했다. 여당 측은 이 중 ‘국가비상사태’를 명분으로 직권상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지난 13일 북핵 도발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 정부조직법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해야 한다며 불씨를 당겼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도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의 원인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며 ‘위헌’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14일 라디오에서 “현재는 직권상정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며 “지금이 전시상태라고 하기에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직권상정의) 세 가지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정부조직법의 발목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당내에선 여당 주도로 만든 법을 1년여 만에 개정하자는 주장이 집권 여당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같은당 남경필 의원은 “자기가 낳은 자식이 좀 어눌하다고 해서 의사에게 내 자식인지 아닌지 판정 해달라고 하는 꼴”이며 “이건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역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처리를 갖고 한 번도 직권상정한 사례가 없었다”며 “여야 100% 합의 처리하는 게 원칙이고, (직권상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기현,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조직법 협상과 관련해 전날에도 물밑 조율에 돌입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1월 30일 국회에 넘어온 이후 40여일 넘게 표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