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구매기업(대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시 판매기업(중소기업)의 외상매출채권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의 피해를 최소화해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은행권 실무 담당자들과 B2B대출(기업간 대출)인 외담대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한 금감원은 대기업 구조조정 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외상매출채권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외담대는 대기업이 물품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고 중소기업은 이를 담보로 은행에 돈을 빌리는 제도다.
예컨대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중소기업은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다. 이럴 경우 중소기업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외담대)을 갚을 길이 없어지고 최악의 경우 도산에 이르게 된다. 1차 협력업체의 부도는 2, 3차 협력업체까지 영향을 미쳐 업계 전반의 부실을 초래한다.
금감원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대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동안 중소기업에도 동일하게 상환유예 기간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방지키로 했다. ‘대기업 경영정상화→물품대금 지급→중소기업 외담대 상환’ 등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 중소기업의 도미노 부실화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대기업은 채무상환이 일정기간 유예되는 반면 중소기업은 외상매출채권 만기일에 무조건 대출금을 상환해야 했다. 대기업은 만기일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연체처리 돼 신용상의 불이익만 있을 뿐 정상적인 영업활동(워크아웃·법정관리)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대출금 미상환 시 금융거래가 정지되는 등 기업활동이 불가능하다.
제도개선안의 하나로 거론됐던 중소기업에 외담대 변제의무를 지우는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하도급 대금 지급방법에서 외상매출채권 발행을 제외키로 한 방안도 빠질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상환을 요구하는 구조의 외담대 제도 자체는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만일 상환의무를 대기업에 지운다면 이는 외담대 시행 이전의 어음과 다를 바가 없고, 외담대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 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