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이 ‘브레이크 배력장치’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는 27일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한 ‘자동차 급발진 원인과 대책을 생각한다’는 주제의 발표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브레이크 배력장치는 자동차의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운전자가 페달을 밟을 때 힘을 증폭시켜주는 장치다. 그런데 이 장치에 많은 양의 연료가 한꺼번에 유입되면 출력이 급상해 ‘압력서지(pressure surge)’ 현상이 발생한다고 연구회 측은 분석했다.
압력서지 현상은 특정 부분의 압력이 짧은 시간 내 최대치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이 현상으로 연료량을 조절하는 장치가 순간적으로 완전 개방돼 급발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회 측은 브레이크 배력장치가 대부분 가솔린 자동차에 설치돼 있는 것도 분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었다. 연구회가 지난해 분석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 사례 122건 중 가솔린 차량은 102건, 디젤차량은 6건, 엔진 종류를 구분할 수 없는 차량은 14건이었다. 급발진 사고 사례 중 가솔린 차량이 83.6%에 달해 브레이크 배력장치의 오작동을 원인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회 측의 설명이다.
연구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체 급발진 사고의 75%는 자동차의 결함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원인 발표는 추정으로 남은 과제는 실험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며 “실험은 제조사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급발진 공개 실험을 할 계획이다. 공개실험과 연구를 통해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이 차량 결함으로 밝혀지면 완성차업체들은 대규모 리콜을 피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