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유상증자 따라잡기

입력 2013-06-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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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 자체가 악재인지 호재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신규투자에 나서고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분명 호재다.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은 비용이 없기 때문에 성장단계의 기업들은 직접 금융을 선호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당순이익(EPS· Earning Per Share)이 내려가는 희석효과가 크다. 주당순이익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당기순이익)을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또 증자 후 일시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는 악재다.

이런 이유로 전통적으로 주가로 경영실적을 평가받는 미국 기업은 가급적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기피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증자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순간마다 일정한 상승이나 하락압력이 있다. 오르면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불필요한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공시에 나타난 일정별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파악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배정기준일은 증자 국면에서 중대한 고비다. 배정기준일은 이날 장 마감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증자 참여 권리를 부여한다는 의미다. 주식을 산 날로부터 3일째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배정기준일 이틀 전까지 주식을 사야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시장이나 해당 종목의 주가가 상승세일 때는 배정기준일까지 매수가 증가하면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권리락도 성공 투자를 위해서는 꼭 파악해야 할 요소다. 증자에 참여할 권리가 없어진 주식을 배정기준일 전날과 같은 조건으로 사는 것은 불공평하다. 때문에 기준일 다음날은 증자에 참여할 권리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그만큼 깎아내린 가격으로 거래가 시작된다. 이걸 권리락이라고 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권리락으로 떨어진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향이 강하다. 대세 상승기에는 권리락 회복 기간이 짧기 때문에 권리락 직후를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 반대로 주가 하락기에는 회복 기간이 더딘 만큼 권리락을 노린 단기투자는 자제하는 게 맞다.

유상증자 종류도 따져볼 일이다.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비해 3자배정의 경우 주가가 상승할 확률은 확실히 높다. 3자배정 유상증자는 상장기업이 일반투자자가 아니라 특정인에게 신주에 대한 인수권을 부여해 자금을 조달하는 증자 방식이다. 자금난에 시달렸던 회사가 ‘백기사’로 인식되는 제3자를 찾은 만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반공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단순하고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하면서 최근 상장 회사들의 유상증자는 3자배정 방식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일부 세력이 부실한 상장사들이 진행하는 3자배정 증자에 참여해 횡령이나 주가조작을 일삼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기업이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증자 대상이 신뢰할 만한지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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