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양국 회담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길을 닫고자 북한과 미국이 고위급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우리는 항상 대화를 선호하며 사실 북한과는 공개적인 의사소통 채널이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신뢰할 만한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북한은 회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포함해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대화가 실질적이어야 한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그럴 듯한 말보다 행동으로 그들을 판단할 것이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와 핵무기, 밀수와 기타 문제에 국제사회 의무를 준수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북한과의 회담에 앞서 일본, 한국과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이뤄지는 한국·미국·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이번 회동은 6개월 만에 열리는 것으로 특히 지난 2월 북한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처음이다.
북한의 제안은 서울과 평양의 대화 시도가 무산된 이후 나온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달 말 회담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북미회담 제의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중국 지도부를 달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북한의 김정은을 굴복시키겠다”고 유례 없이 강경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해 말과 올초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긴장이 고조돼 지난 4월에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후 북한의 도발적인 언사가 수그러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 이후에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으며 이는 서구로부터 큰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수개월의 협상 끝에 영양지원 합의가 이뤄졌으나 북한이 곧 미사일 실험을 재개한 선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난제는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언급하며 “회담의 목적은 미국의 핵위협을 끝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니얼 핑크스톤 국제위기그룹(ICG) 동북아시아 부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회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은 서방을 비난하고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미국의 거절을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