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미국, 중국 등과의 합작영화는 관객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다.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오는 7월 17일 개봉하는 ‘미스터 고’는 제작비 225억원이라는 거대 자본을 투입했다. 쇼박스의 첫 외국시장 진출작으로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인 화이브라더스로부터 500만 달러(약 57억원)를 유치했다. 쇼박스는 화이브라더스의 지원으로 중국에서의 안정적 배급망이 공급되면 흥행에 승산이 있다고 본다.
오는 8월 1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블록버스터 ‘설국열차’는 4000만 달러(약 45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설국열차’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국내 관객 수는 600만명이다. 배급과 제공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제작비 공개 때도 ‘4000만 달러’를 강조하며 글로벌 자금이 투입된 점을 부각시켰다. 다국적 자금에 다국적 배우들이 뭉친 ‘설국열차’는 미국 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와 손잡고 미국까지 진출한다. 한국시장이 주가 아닌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라는 것이 CJ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다.
‘설국열차’에 글로벌 자금이 투입됐다고 해서 이익을 거둘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간의 합작영화들의 초라한 성적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8월 국내 개봉한 ‘소피의 연애 메뉴얼’은 12만 관객을 동원하며 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MK픽처스의 ‘집결호’는 지난 2006년 중국 화의형제전매유한공사(華誼兄弟傳媒有限公司)와 공동제작해 2008년 3월 개봉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최소 관람객 100만명을 예상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7만 관객만이 극장을 다녀갔다.
흥행 부진에도 지속해서 합작영화가 나오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협소함과 한계다. 세계적 시장인 미국과 지난해 27억 달러까지 커진 중국 시장이 영화 미래의 먹거리라는 판단에서다. 마땅한 흥행 영화가 없음에도 합작영화가 나오는 것에 대해 박정환 영화칼럼니스트는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 답답함을 느낀 국내 영화계가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것”이라며 “합작영화 제작은 중국•미국 등 그 나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배급망 확보와 규제 회피책의 장점을 들 수 있다. ‘설국열차’는 미국 배급사의 투자로 미국 내 활로를 쉽게 얻었다. ‘미스터 고’는 중국의 배급망 확보와 동시에 수입쿼터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작품이다. 이 모두가 합작영화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센터 한상희 팀장은 “(합작영화의 추진에는) 복합적 이유가 존재한다”면서 “투자 자본과 해당 국가의 극장을 셰어(공유)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