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1+1=?’란 질문이 아니라 ‘10’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스라엘인과 한국인은 사고 자체가 다르다.” 현 정부는 창업•벤처기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벤치마킹 모델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지리학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770만명의 인구가 창출하는 벤처•창업 영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요즈마 펀드, 기술창업보육센터 프로그램(TI) 등 이스라엘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국내 정책들이 속속 발표됐다. 이제는 한국식으로 체화시키는 단계가 남았다. 시장에서 부족한 점은 직시하고 잘된 점은 더욱 부각시키는 융통성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창업•벤처문화 장려… 기업의 철저한 검증은 ‘필수’
이스라엘식 기업가 정신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국내에는 ‘실패’에 대한 재정의가 거론됐다. ‘낙오자’로 간주됐던 과거의 개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로 재정립된 것이다.
각 부처는 청년 CEO 양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성공벤처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문엔젤투자자를 통해 유망 창업팀에 멘토링, 보육, 엔젤투자,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이 매칭될 수 있는 ‘글로벌시장형 창업 R&D사업’을 마련하는가 하면, 선배 기업인이 후배 창업가에게 직접 지원하는 ‘후배육성펀드’도 조성했다. 창업•벤처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기회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보다 한국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기업 문화가 구축돼 있지 않은 이스라엘에서 청년들의 선택은 창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한국의 경우 다양한 진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업•벤처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이스라엘을 통해 배웠다고 무조건적인 창업 독려하기보다는 창업•벤처를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창업쏠림’ 현상을 예방하고 건전한 창업•벤처 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도브모란 코미고 CEO는 “이스라엘에서는 모든 젊은이들이 자기만의 회사를 세우려고 해 소기업과 대기업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간 콤비네이션을 이루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엔젤투자•M&A 시장 활성화 위한 ‘속도조절’ 필요
국내 엔젤투자와 인수•합병(M&A) 시장은 이스라엘과 비교했을 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2000년대 초 벤처버블 이후 엔젤투자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국내 정서상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창업’ 과정이 순환할 수 있도록 엔젤투자와 M&A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엔젤투자의 위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득공제 비율 및 한도를 50%까지 확대했다. 또 창업 후 ‘제2의 성장’을 이끌 M&A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세제지원과 같은 인센티브 제공도 강화했다. 매수기업은 M&A 거래액 중 기술가치 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며 매도기업에게는 특수관계가 없는 정상적인 거래의 경우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는 지원도 준비했다.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나올 수 있는 장(場)을 마련했다면 앞으로는 엔젤투자와 M&A가 정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김일수 이스라엘 대사는 “하나의 성공 스토리가 물꼬를 트면 창업-벤처-기업가 정신을 자극할 수 있는데 한국은 이스라엘에 비해 이러한 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책임전가’식으로 투자와 M&A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장기플랜으로 접근해야… 전문가 양성 시급
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단기적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문화에서 벗어나 정권 교체기에서도 벤처-창업 육성 환경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R&D 자금 지원을 관장하고 있는 이스라엘 수석과학관실(OCS)의 경우 담당 분야에서 10년간 종사한 직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순환직이 일반화돼 있어 이 같은 전문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노하우를 많이 쌓아야 한다. 기업들의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조직과 담당자가 바뀌면서 기업의 추적이 단절되는 것”이라며 “정권 변동에 상관없이 기업을 추적할 수 있는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야 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적 환경 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