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사의 표명
'혼외 아들' 의혹에 시달려온 채동욱 검찰총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자 부담감을 느낀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채동욱 총장은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파도남(파도파도 미담만 나온다)'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혼외아들 의혹'이라는 충격적인 논란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세종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 1988년 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부산지검 동부지청과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서 형사부장, 대검찰청 마약과장, 서울지검 특수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부산고검 차장, 전주지검장,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고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채동욱 총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합류하면서부터다.
채동욱 총장은 검 중수과장·중수부장을 거치지 않아 '정통 특수통'으로 분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 전 대통령의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사건의 검찰 논고문을 작성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2003년 서울지검 특수2부장 시절에는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를 파헤치기도 했다. 당시 집권 여당이던 정대철 민주당 대표를 구속했다. 이외에 삼성에버랜드 사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공금유용 사건 등도 수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검 수사기획관이던 2006년에는 중수부의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맡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했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하는 등 굵직한 사건을 도맡았다.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에는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이같은 채동욱 총장의 이력은 검찰 조직에서도 높은 신뢰를 받았다. 뛰어난 논리와 분석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검사 시절인 1998년부터 수년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정도로 자상하고 겸손한 성품을 갖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채동욱 총장이 급격히 검찰 안팍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벌어진 사상 초유의 '검란'으로 인해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다. 당시 검찰 차장이던 채동욱 총장은 대행체제를 이끄는 '구원투수'로 등장, 검찰 총수의 공백사태와 검찰 내부의 분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3월 채동욱 총장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는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의 "파도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평가로 '파도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검찰총장 후보자 선정에서 검증도 무난히 통과했다.
채동욱 총장은 취임 이후 내부에서 '소신 총장'이라고 불렸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4대강 담합비리 의혹 사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수사, CJ그룹 이재현 회장 비자금 조성 사건, 원자력발전소 비리 사건 등 큼직한 사건에서 수사논리에 입각해 진행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와대 하달 사건에 대해서도 '소신 수사'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이러한 채동욱 총장의 행보를 정치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문제가 된 것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채 총장 취임과 함께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는 점은 청와대와 정치권을 불편하게 만든 것.
실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연루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 수사와 관련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신중을 기하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채 총장은 '소신 수사'의 원칙을 지켜나갔고 검찰과 정부 여당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비이락', 지난 6일 조선일보가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채 총장이 10여년간 혼외 관계를 유지하는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었다는 의혹이다.
채 총장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유전자 검사'라는 카드까지 꺼내며 부인했지만 법무부가 역대 유례없는 '현직 검찰총장 감찰' 카드를 꺼내들자 채 총장은 결국 자진 사퇴 결정하고 말았다.
9월1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도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근거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마지막까지 결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