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지휘자, 심판]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명승부 망친 책임은 누가?

입력 2013-10-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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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농구 조직적 심판 매수·프로야구 오심 판정 징계… 스포츠계 “오심 막아라” 특명

▲ 2010 남아공 월드컵 잉글랜드와 독일 간의 경기에서 나온 오심 장면. 잉글랜드의 램파드가 슛한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 문 안으로 들어갔다가 튕겨져 나왔지만 심판진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장면은 축구에서 향후 기계적 장비를 도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사진=AP/뉴시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흔히 오심이 나올 때마다 언론보도를 통해 듣게 되는 단골 표현이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기에 발생하는 오심은 한 팀의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만큼 ‘경기의 일부’로 표현하기에는 그 여파가 매우 크다.

올드 팬들에게는 ‘빨간 장갑의 마술사’로 잘 알려진 고 김동엽 감독이 심판 출신이다. 그는 1969년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벌어진 대만과 일본 간의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2차리그 경기 주심으로 나섰다. 객관적인 전력은 일본의 절대적 우위. 하지만 경기는 대만의 승리였다. 고 김 감독은 1차리그에서 부진했던 한국이 우승을 위해서는 대만이 일본에 승리해야 했기에 고의적으로 편파 판정을 한 것이다.

그는 대만 투수들이 던진 공은 대부분 스트라이크 선언을 했고 일본 투수들이 던진 공은 홈 플레이트를 통과해도 볼로 선언했다. 생존 당시 김 감독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홈으로 쇄도한 일본 선수가 홈 플레이트를 먼저 밟았지만 못 본 척하고 무조건 아웃을 선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한국이 일본에 뒤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총대를 메고 편파 판정을 한 것이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오심의 예다. ‘빗나간 애국심’을 발휘한 그는 결국 당시 사건으로 심판직에서 물러나야만 했고 이후 지도자로 방향을 선회해 성공적 경력을 쌓았다. 빨간 장갑을 끼고 요란하게 사인을 보내는 모습 때문에 ‘빨간 장갑의 마술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고 김 감독의 의도적인 오심은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물론 심판의 편파 판정과 의도된 오심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 같은 의도적 편파 판정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아마추어 농구계의 조직적인 심판 매수가 대표적인 예다.

아마추어 농구대회에서 선수 부모들이 감독, 코치들에게 일정 금액을 상납하고 그들은 다시 심판을 매수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심판을 경기에 배정한 심판위원장과 편파 판정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이른바 ‘보호비’를 받은 협회 간부 등 엄청나게 폭넓은 비리도 포착됐다.

이 같은 의도적 오심은 사실 관계를 증명해야 해 관련자를 처벌하면 막을 수 있는 경우들이다. 하지만 심판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저지르게 되는 오심은 방지하기가 쉽지 않다. 오심률을 낮추기 위해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는 한계가 따른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는 눈에 띄는 오심이 있었다. 박근영 심판은 지난 6월 한 차례 오심을 범한 이후 무기한 2군행 징계를 받았고 한 달 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중 또 한 차례 세이프와 아웃 판정에 대한 오심으로 2군행 징계를 받았다. 박 심판은 해당 팬들로부터 엄청난 질타와 비난을 받았고 아직도 해당 팀 팬들은 그의 이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오심을 떠올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다. 지난 2010년 6월 디트로이트 선발투수 갈라라가는 9회말 투아웃까지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퍼펙트를 이어 나갔고 마지막 타자를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하지만 짐 조이스 1루심은 완벽한 아웃을 세이프로 선언했고 그렇게 메이저리그 통산 21번째로 기록될 그의 퍼펙트게임도 날아갔다. 백악관까지 나서서 번복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갈라라가는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며 오심을 이해했지만 그는 이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장의 심판들은 “최근 방송 카메라가 좋아져 곧바로 리플레이되기 때문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판정을 내리기 애매한 상황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심판 스스로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됨에 따라 판정을 내릴 때마다 더욱 신중해진다는 설명이다.

축구에서도 공이 골라인을 넘었나 아닌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독일 대 잉글랜드전 당시 잉글랜드의 램파드가 날린 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통과했지만 심판진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고 2-2 동점이 돼야 할 상황은 그대로 1-2로 유지됐다. 이 골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흐름상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당시 독일은 4-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다각도로 득점 여부를 판독할 수 있는 장비를 연구했고 결국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골컨트롤’을 도입하기로 했다. 경기장 라인에 설치한 카메라들을 통해 공의 위치를 파악, 득점 여부를 판단해 주심에게 무선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과학 발달과 더불어 오심 방지를 위한 장비가 속속 개발되면서 오심은 줄어들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모든 판정을 장비에만 맡길 수는 없다. 심판들 역시 자질 향상을 위해 꾸준한 노력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오심이 경기의 일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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