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의 경제 에세이집을 통해 이 같이 재임시절 소회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권 전 원장은 자신이 직접 집필한‘성공하는 경제’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70가지 현안과 과제를 정리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인 권 전 원장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33년간 공직에 몸을 담았다. 이 책 대부분은 관료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문제점 진단과 정부 정책에 대한 질타, 해법 제시를 하고 있다.
그는 책머리에서 “선진국 문턱에 선 한국 경제에 과거에 보지 못 했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위기 불감증에 빠져 위기인 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전 원장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인구구조 변화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한 정부와 주택건설업체의 판단 미숙도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를 초래하는 데 한몫했다”면서 “공급자 중심의 주택정책이 미분양 아파트 양산과 전세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를 높였다. 권 전 원장은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무상복지라는 달콤한 이름으로 국민에게 무임승차 의식을 조장하거나 허황한 환상을 심어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수 부족 문제에 대해 그는 “지하경제 양성화도 필요하지만 노출된 세원에 대한 과세 정상화에도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주택 임대사업자 과세 강화, 상업용 빌딩 임대소득 과세, 도심 빌딩의 과표 재점검 등을 주문했다.
권 전 원장은 오랜 관료생활에서 느낀 국내 정치권의 문제점도 가감 없이 꼬집었다.
그는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국회로 상당 부분 이동해 있다”며 “최근 경제민주화나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입법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 정부의 무력감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이 지난 2011~2012년 저축은행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 이른바 금융강도원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은 시절에 대한 소회와 억울함도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사태 초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질책성 방문'한 것을 두고 “대통령 방문은 많은 후유증을 낳았다”며 “차라리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강력한 주문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