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을 인물이 있을까.’ 청와대가 차기 포스코 회장의 검증 작업에 들어가면서 업계에서 가장 관심 갖는 대목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중량감을 갖추면서도 선임 과정에서 현 정권과 거리를 둔 인물이야 말로 ‘정권교체=수장낙마’란 포스코 회장의 공식을 깰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차기 회장 선임은 향후 3~4주가 가장 긴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 9월부터 청와대가 후임 검증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한 정치권 인사가 “후임 포스코 회장직에 대한 의사를 청와대가 물어왔다”란 얘기를 측근에게 털어놓은 것이 정치권과 업계에 퍼졌기 때문이다.
현재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군은 크게 세 개의 군으로 나눠져 있다. 포스코 출신이면서 정준양 회장 측근으로 꼽히지 않는 비정준양 계열과 포스코 원로그룹인 중우회와 친분이 두터운 과거 포스코 인물이 두 후보군이다. 마지막으로는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후보군이 꼽히고 있다.
우선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사장은 포항제철소장과 포스코의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난해 초 정 회장이 연임하기 전까지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정 회장이 김 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해외법인장으로 보내려했으나 김 사장이 거부하면서 둘 간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유력 인사로는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사장이 거론된다. 윤 전 사장은 과거 정 회장과 포스코 수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후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앞의 두 후보군과 달리, 대선 공신 후보군에서는 지원자가 많다.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 진념 전 부총리, 오영호 코트라 사장 등의 이름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 중 김 상임고문은 정 회장이 사퇴하기도 전인 10월부터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정부 고위층에서 정 회장 사퇴 압박용으로 흘린 얘기란 말도 있지만, 대선 공신 중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우회와 박 대통령 대선 공신은 교집합도 존재한다. 교집합의 핵심에는 두 집단과 모두 교분이 두터운 박근혜 원로그룹인 7인회의 좌장,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외의 인물이 차기 포스코 회장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현 정권의 인사는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만 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인사 가늠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기 포스코 회장은 누가 되든, 현 정권과의 연관성을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정부·여당에서 시작된 ‘포스코 흔들기’가 정 회장의 자진 사퇴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도 정 회장을 밀어내고 현 정권의 조력을 받아 올랐다는 공식을 깨기 어렵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KT와 포스코의 수장이 모두 물러난 것으로 보면 현 정부도 사기업의 경영 자율성 보장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외부 인사가 포스코 회장에 선임되면 다음 정권에서도 수장 리스크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