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새 도로명 주소 도입을 홍보하기 위해 2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고 수년간 홍보해 왔다. 하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아직까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새 주소를 사용하기 위해 불편해지다보니 새로운 정책의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번주소와 새주소를 병행하고 있는 곳도 많다.
부동산 거래에서도 혼란을 빚고 있다. 토지의 주소를 표시하는 지번 방식은 예전 지번 주소 그대로 사용하지만 계 약자의 주소는 도로명 주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의 주소는 바뀌었지만 토지의 주소는 예전 지번을 사용하는 것이다.
서울시청 1층 열린민원센터 앞에 있는 무인발급기에서도 토지(임야)대장 증명서 발급을 시도하자 새주소가 아닌 일반지번 입력란 이 떳다. 민원센터 직원은 "토지대장은 기존 지번을 사용하고 다른 서비스도 아직까지 새 주소랑 기존 주소를 병행해 사용하기 때문에 두 방식 모두 입력이 가능하 다"고 답했다.
경기도 부천의 한 부동산은 "아직까지 계약서에 지번주소를 사용한다. 새 도로명 주소를 쓰게끔 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이 불편하고 계약자들도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1월부터 부동산 계약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재가 없고 불편하기 때문에 사용률이 높지 않은 것이다.
서울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개포동의 한 부동산은 "올해부터 새주소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 서 권장하고 계약상 신주소를 사용하게 끔 명시되어 있다"면서 "다만 신주소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까지 떨어져 있 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나눠주는 안내자료를 보고 참고한다"고 말했다.
잠실에 위치한 또 다른 부동산은 "주로 아파트나 주택거래를 하기 때문에 신주소에 대한 혼란은 크지 않다" 면서 도 "산이나 논, 밭 등 토지를 거래할 경우 이런 곳들은 이전 주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 명했다.
새주소는 도로 건물에 번호를 매기는 방식인데 산이나 밭, 논의 경우 토지중에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거나 건물이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소방서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소방은 119지령시스템에서 출동차량에 위치좌표를 전송하여 출동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소방차 에 탑재된 MDT (Mobile Data Terminal)시스템은 새주소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소방관들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거의 모든 민원이 구주소로 들어온다"면서 "출동지령서에 두 주소를 모두 표시되지만 아직까지 익숙치 않다. 주소를 찾지 못해 헤매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구주소와 새주소를 모두 관리하고 있다"며 "출동지령서에 구주소와 새주소 정보를 모두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수년간 홍보를 거쳤다고 하지만 새주소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