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겨눴던 개혁의 칼끝이 공기업에 이어 부처에 정조준되고 있다. 총대를 맨 곳은 국무조정실이다. 장관들이 산하 공공공기관장들을 줄소집해 군기를 잡고 있는 동안 국무조정실은 한편에서 부처를 대상으로 국정과제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평가결과 과제 이행 성과가 부진한 부처에 대한 ‘인적 쇄신’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총리실은 “부처평가와 인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낮은 성적표를 받아든 장·차관이나 1급 고위직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9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달 안에 모든 부처의 국정과제 이행에 대한 평가작업을 마무리하고 각 부처의 순위와 점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41개 부처에 할당된 140개 국정과제의 이행실적(60%)과 지연정도(40%)를 평가해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목표인 ‘비정상의 정상화’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개혁 작업으로, 지금까지는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해소 등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총리실이 부처 평가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부처 개혁에 무게중심이 옮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40개 국정과제와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정목표 달성을 위한 국정운영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집권 초 확정한 140개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강력 추진하기 위한 귀결점은 부처 개혁을 모아질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의 명분을 확보하기 차원에서라도 각 부처 개혁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과제 평가 결과가 나올 경우 관가에 대한 인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이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처도 상당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적잖은 부처의 장차관이나 1급 등 고위직들이 부진한 과제 이행에 대한 책임소재를 추궁당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부처별 성적표 공개가 개각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고위직 인사들의 경우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 마다 신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어 국정과제 평가결과가 인사자료로 활용될 경우 고위직 인적쇄신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12월 말 사표를 낸 1급 고위직 10명 중 5명을 경질한 것도 총리실발 공직 사회 ‘철밥통’ 깨기 태풍이 각 부처로 확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운영의 성과내기에 고삐를 죄고 공직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선 개각 대신 고위직 물갈이가 공직사회 개혁의 묘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쇄신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총리실이 전격 경질한 5명의 고위직 중 규제조정실장을 개방형으로 공모함에 따라 1급 고위직에 대한 공모제가 확산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규제조정실장 공모에 대해 국무조정실은 “인선은 사전 조율 없이 백지상태에서 모두에게 개방할 것”이라며 인사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