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연초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신용등급 AA급 이상인 우량회사채에는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몰리는 반면 A급 이하 기업의 회사채에는 찬 바람만 불었다. 지난해 웅진, STX, 동양그룹 사태의 영향으로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 붙기 시작하면서 우량회사채에만 수요가 몰리는 실정이다.
21일 1월 넷째주까지 발행예정된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살펴본 결과, SK케미칼, 태영건설 등 신용등급 A급 회사채들은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저조했다. 크라운제과 한 곳 만이 체면을 세웠다.
먼저 신용등급이 A인 SK케미칼은 지난 15일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수요예측 결과는 참패였다. 700억원 규모에는 단 2곳이 참여했으며, 300억원 회사채에 4곳, 200억원 규모에도 2곳만이 참여하면서 총 650억원의 수요가 나왔다. 발행 예정액의 절반 가까이나 팔리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지난 16일 만기 3년물 200억원, 4년물 300억원 등 총 500억원어치의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300억원에 대한 채권에 기관투자자 한 곳이 참여했다.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는 기관 투자자의 수요가 단 한 곳도 없었다.
A-급인 크라운제과는 200억원 회사채에 21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해 A급 회사채 중 단 한 곳에만 훈풍이 불었다.
이와 달리 신용등급 AA급 이상 기업들은 잇달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흥행실적’을 거두고 있다.
신용등급이 AA인 LG전자는 지난 17일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수요예측에 발행 예정액의 두 배가 훌쩍 넘는 8000억원의 기관 자금이 몰렸다. LG전자는 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발행액을 최대 50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마트(AA+), GS(AA), 현대제철(AA) 등 AA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벌인 수요예측에 발행 예정액보다 두 배 넘는 수요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 양극화 심화로 투신사, 증권사 등 크레딧 투자자 역시 우량등급으로만 수요가 몰리는 실정에 고착화가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