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사고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내리고 금융사 개인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정보유출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엄중한 책임을 지시한 만큼 이번 정보유출 사고 수습 상황에 따라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의 책임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위스를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금융정보 유출과 관련해 “유출 경로를 철저히 조사·파악토록 하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금융당국은 이달 내 정보유출 조사를 마무리하고 해당 금융사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제재 대상은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씨티은행,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KCB 등이다.
현재 SC은행과 씨티은행은 고객정보 13만건, 국민카드 등 나머지 금융사는 1억400만건 유출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피해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1억건 이상의 정보가 유출됐고 추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아닌 사후약방문식 대응책에 불과한 탓에 향후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KB금융,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이번 정보유출을 초래한 금융사 경영진은 20일 연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을 비롯한 KB금융의 모든 집행임원은 이날 임영록 KB금융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은행은 부행장급 이상, 국민카드는 상무 이상의 모든 임원이 퇴진 의사를 밝혔다. 금융사들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이들의 사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손경익 카드부문 사장이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주하 행장은 이날 손 분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김 행장이 고객정보 유출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예정이다.
박상훈 사장을 비롯한 롯데카드 임원진 9명도 이날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카드사의 고객정보를 유출한 신용정보업체 KCB의 김상득 대표이사와 임원 6명 전원도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금융사 임원들의 이 같은 줄사퇴는 1억건 이상의 정보가 유출된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거셌을 뿐 아니라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