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2차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조치로 원화가치가 당분간 약세(원·달러 환율)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불안과 중국의 경기지표 악화 등 대외 악재가 많아 위험자산 회피 기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달러화로 환산한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29일까지 1.48%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050.3원에서 1070.4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금융시장 불안에 시달리던 신흥국 통화와 차별화돼 원화는 강세를 이어갔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 20일 벤 버닝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3영업일동안 30.6원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5영업일간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하고 안정을 되찾았다.
원화는 이후 달러화와 비교해 계속 강세 기조를 이어가며 '버냉키 후폭풍'이 시작된 6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약 두달간 가치가 3.21%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인도 루피화(-9.34%), 인도네시아 루피아화(-8.91%), 브라질 헤알화(-6.06%) 터키 리라화(-4.95%) 등이 모두 절하(통화가치 하락)됐다.
하지만 최근 원화는 최근 신흥국 통화와 마찬가지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추가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선반영된데다 신흥국 금융불안 등 다른 대외 악재들이 즐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상향돌파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테이퍼링이 예정된 이벤트인만큼 앞으로 시장의 민감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큰데다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도 점차 잦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도 올해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2014년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55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국제 시장의 평가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도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전승지 연구원은 "원화 펀더멘털은 거의 그대로고 기업들의 선물환 동향을 봐도 팔아야 할 달러가 아직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에는 오히려 밑쪽으로 시도할(원·달러 환율 하락) 여건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