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동통신업계를 장악하겠다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계획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른 자금 압박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지난 9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7월 인수한 미국 이통사 스프린트의 실적 부진 전망에다 손 회장이 T-모바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화근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T-모바일 모회사 도이체텔레콤과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손 회장은 T-모바일 인수를 위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만나 논의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4위 이통사 T-모바일 인수로 1~2위 이통사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AT&T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인수 자금 마련으로 부채가 급증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의 부채는 이미 6조엔(약 63조원)을 넘어섰다.
독점을 우려하는 규제 당국의 움직임 역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손 회장은 T-모바일을 인수해 일본에서 이룩한 성공 행진을 미국에서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야수다 히데키 에이스리서치인스티튜트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의 실적에 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인수가 성공적이라도 순이익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LTE(4세대) 네트워크를 개선하는 등 ‘턴어라운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마케팅 비용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있다.
또 미국시장에서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AT&T 등 이통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는 등 업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존 버틀러 블룸버그인더스트리스(BI) 애널리스트는 “버라이즌은 지난 3개 분기에 34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으며 T-모바일은 200만명이었다”면서 스프린트의 가입자는 줄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프린트는 오는 11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T-모바일 인수로 소프트뱅크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소프트뱅크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끌어 내렸다.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올들어 23%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250억 달러 증발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손 회장의 자산 역시 29억 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