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도전은 아름답다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2-1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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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20년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까지.

1994년 당시 갓 고등학생이 된 앳된 얼굴의 천재 소년은 20년이 지난 지금 소치의 기수로 대한민국의 얼굴이 됐다. 1997년 월드컵에서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신기록을 달성했고, 2007년과 2008년에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거머쥐었던 한국 빙상의 간판. 그렇지만 유독 올림픽에서는 메달과 인연이 없던 그였다. 그가 이제 6번째 올림픽 길에 오른다.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마지막을 위해 얼음 위를 후회 없이 질주해보려 한다. 그는 12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올림픽과 뜨거운 안녕을 한다.

그의 이름은 이규혁. 한국 나이로 37살이 된 이규혁은 사실상 소치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이 힘든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대중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메달권이 확실시되는 선수에게만 관심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한국에서는 분명 기이한 현상이다. 이는 그의 도전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향기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승부를 떠나 소치올림픽의 슬로건처럼 ‘뜨겁게, 차갑게, 당신의 것(Hot, Cool, Yours)’을 실현하고자 한다. 뜨거운 열정으로 동계올림픽을 이규혁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온전한 도전.

▲이규혁이 2013년 12월 24일 오후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0회 전국남녀 스피드 스프린트선수권대회 겸 제68회 전국 남녀 스피드종합선수권대회 남자부 500m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는 “20년 넘게 올림픽만 바라보고 살았으니 올림픽은 내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나도 메달을 따러 소치에 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비록 ‘메달후보’라는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국내에서 선발전을 치러 국가대표가 됐고, 죽을 것처럼 힘든 고통의 훈련을 거쳐 소치에 입성했다. 그가 세운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금자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어느 때보다도 값지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그 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최고의 선수들이다. 올림픽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하고, 잘하면 박수치며 함께 기뻐해주고 실수하면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메달의 색깔에 연연하는 후진성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올림픽 대회를 위해 준비한 혹독한 훈련과 지난했던 개개인의 노력에는 응당 결과와 상관없는 격려의 박수가 필요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IOC 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의 신조(Creed)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승리가 아니고 각고의 노력이듯, 올림픽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닌 ‘참가’이다. 정복해내는 것보다 잘 싸워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장 이규혁은 올림픽의 신조를 가장 잘 구현해낸 진정한 의미의 최고 선수다.

올림픽의 가치(Values)에는 우수성, 우정과 함께 존중(Respect)이 들어있다. 무관의 제왕인 이규혁의 목에 존중이라는 이름의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그의 도전과 열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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