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5년차 장모(31)씨는 올해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보면서 놀라곤 한다. 해가 지날수록 스펙의 비중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토익 등 기본 스펙을 갖춰야 지원이 가능했지만 올해에는 업무에 대한 경험과 능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 대기업에 입사한 후 퇴사하고 작년 재취업에 성공 한 이모(30)씨는 “불과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는 학벌과 스펙을 중요시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탈 스펙’ 조짐이 일더니 지금은 업무 역량을 많이 보는 것 같았다. 면접 때에도 실무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등에서 ‘탈스펙 채용’을 선보이며 스펙 타파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뒷받침 할만한 설문조사 자료도 나왔다. 기업 10곳 중 4곳은 신입 채용 시 스펙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채용전형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 상반기 신입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285개사를 대상으로 ‘스펙중심의 채용전형 변화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4.2%가 ‘스펙중심 채용에서 벗어나도록 변화를 줄 것’이라고 답했다.
젼형별로 살펴보면 ‘면접전형’(85.7%)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서류전형’(11.9%), ‘인적성검사’(2.4%) 순이었다.
구체적인 변화로는 ‘실무면접 비중 강화’(33.3%, 이하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격조건 없는 완전 열린채용 도입(31%) △인성면접 비중 강화(26.2%) △자유기재항목 등 자기PR기회 제공(23.8%) △1, 2차 등 단계별 심층 면접 진행(21.4%) △자격조건 일부 폐지 등 기준 완화(1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스펙중심의 채용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45.2%)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계속해서 ‘고스펙과 직무능력은 관계 없어서’(33.3%), ‘스펙만으로 지원자를 세세히 파악하기 부족해서’(26.2%),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19%), ‘스펙은 어차피 변별력이 낮은 것 같아서’(16.7%) 등이 있었다.
실제로 이들 기업 대부분(88.1%)은 지원자의 스펙이 ‘일정 기준만 넘기면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스펙중심의 채용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는 스펙이 기업의 가치나 인재상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실시한 ‘더 에이치(The H)’채용 전형을 올해도 실시하며, 기아차 역시 지난해부터 ‘커리어 투어’를 통해 서류전형에서 일정인원을 스펙과 무관한 자기소개서만으로 선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 인재상을 ‘창조적 실천인’으로 새롭게 정립했으며, 포스코는 지원 서류에 학력, 출신교, 학점, 사진 기재란을 없앤 탈스펙 전형 ‘POSCO 챌린지 인턴십’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