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는 집중 호우와 약한 지질 영향에 대비 부족의 요인까지 결합돼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산사태 발생 요인은 당초 알려진 ‘천재(天災)’에서 ‘인재(人災)’까지 겹쳤다는 뜻이다.
서울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우면산 산사태 2차 원인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2차조사는 사고 후 2개월 만에 발표했던 1차 조사결과가 미흡하다는 여론에 따라 대한토목학회 조사와 민관합동태스크포스·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뤄졌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번 2차 조사는 산사태 발생 시간과 당시 집중호우 정도, 공군부대 등 인공시설물의 영향, 행정기관의 대비 적정성, 지질분석 등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현장 촬영 영상, 119 접수시간,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산사태 발생 시간을 주요지점별로 오전 7시 40분에서 오전 9시 사이로 추정했다.
또 과거 데이터와 비교한 당시 호우 정도, 이른바 ‘강우빈도’는 시간에 따라 ‘5년 이하 한 번꼴’부터 ‘107년에 한 번꼴’까지 넓은 범위로 분석했다.
이는 1차 조사결과와 2차조사 중 공청회로 공개된 대한토목학회 보고서 등에서 제시한 ‘120년 만에 한 번꼴’ 집중호우였다는 분석과 비교할 때 강우빈도가 약해졌다고 풀이된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도 앞선 조사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우면산의 지질은 편마암과 토사가 쌓인 붕적층(崩積層) 등으로 이뤄져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질위험도 분석에서 자연사면의 지질위험도는 60∼80점으로 ‘매우 불안정’한 Ⅱ등급으로 측정됐다.
사고 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공군부대와 서초터널 발파, 등산로 등 인공시설물의 영향과 관련해 이번에도 미미하다는 2012년 토목학회 보고서 내용이 유지됐다.
보고서는 공군부대 안팎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산 아래의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판단하면서도 산사태 직전과 직후 계측자료가 없어 정량적 결과를 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생태저수지가 붕괴하면서 산 아래가 침수됐지만 상류에서 발생한 토석류를 가둬 피해발생을 억지하는 효과도 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차 보고서에서는 강수, 지질 등‘천재’에만 초점을 맞춘 1차 조사결과와 달리 대비 부족 즉, ‘인재(人災)’도 시인했다.
서울연구원의 원종석 연구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사태 한 해 전에 중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 상륙 때 덕우암 지구와 공군부대를 포함한 우면산 전 지역에 산사태 대책을 강구했다면 인명손실과 재산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조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모든 권한을 위임한 만큼 토목학회 보고서 내용을 존중한다. 행정기관의 예방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그 부분을 시인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