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한류 열기가 골프로 전이되고 있다. K팝과 영화, 드라마로 불붙은 중국 내 한류가 이젠 골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골프장 운영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한국 스크린골프 문화는 중국인들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 티칭프로로부터 한국어와 골프레슨을 함께 받으려는 주니어 골퍼들도 크게 늘었다.
전남 영암군에 사는 프로골퍼 권기홍(34)씨는 얼마 전 중국 난징의 한 골프장을 답사했다. 중국으로의 이민을 준비 중인 권씨는 “한국인 티칭프로를 원하는 골프장이나 학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에는 언어 문제로 꺼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류 때문인지 한국인에 대한 벽이 허물어졌다. 특히 한국어와 골프를 동시에 배우려는 주니어 골퍼들이 많아 언어 문제만 해결된다면 어렵지 않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인비(26·KB금융그룹)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매년 상금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한국의 골프 기량은 이미 입증된 지 오래다. 그러나 최근에는 K팝과 영화, 드라마를 통해 중국 내 한류가 광적으로 확산되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장기 불황으로 한국에서 설 자리를 잃은 국내 티칭프로들이 중국 내 일자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정예나(26)를 비롯해 중국 남녀 프로골프투어 시드권자만 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신철 KR리젠시 이사는 얼마 전 중국 산둥성을 찾았다 국산 스크린골프 브랜드를 보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드라이빙레인지나 골프아카데미뿐 아니라 도심에서 운영 중인 스크린골프 시스템이 대부분 국산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오 이사는 “중국은 4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10년 이내에 골프장 1000개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고가 그린피와 5억원에 달하는 골프회원권을 감안하면 극소수 부호들만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스크린골프 산업 전망이 밝은 이유다”고 말했다.
국내 스크린골프 업체들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장기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외 1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한 골프존(회장 김영찬)은 2020년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입해 레슨과 용품 구입, 스크린골프 등 전 세계 골퍼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K골프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골프장 운영 노하우와 코스 관리·설계 등 전문적 지식 전수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김운용 제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전 대표는 중국 부동산 기업인 완다그룹의 장백산 인터내셔널 리조트에서 골프장 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 골프장 최고경영자(CEO)의 중국 대기업 운영 리조트 진출의 첫 사례로 국내 골프장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도입·전파한다는 각오다.
심규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설 한국잔디연구소 소장은 16일 중국에서 열린 중국국제골프박람회(CGS)에서 골프장 잔디 관련 강의를 통해 한국의 잔디 관리 노하우를 전수, 중국 골프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한국 골프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중국 대륙을 향한 한국 기업(인)의 도전이 늘고 있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 없이 일단 진출하고 보자는 식의 모험은 실패 확률이 높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중국 골프 시장의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리스크도 많다. 대부분의 골프장 토지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투자·개발에 신중해야 한다. 언어 문제와 습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시간을 두고 꼼꼼히 준비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