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 대표들이 1조80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사건의 배후에 금융감독원 간부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금감원 윗선 개입 여부와 은행권 관계자 연루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추가 배후인물과 공모자, 대출금 사용처 등 향후 어느 정도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끝나지 않은 수사… 금감원 윗선으로 확대 = 그동안 사건 초기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 내부에 가담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설이 꾸준이 제기돼 왔다. 소기업 형태의 협력업체 대표들이 1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뒤를 봐준 금융권 인물이 있을 것이란 게 공통된 시각이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금감원 김모 팀장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팀장은 노조위원장을 지낸 탓에 금감원 내부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넓은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또 자본시장 조사국이란 담당부서가 이번 사건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에 단독 범행 여부는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 윗선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조원 대출해 준 하나은행 내부 공모자 있나? = 16개 피해 금융회사의 내부직원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사기대출 피해 금융회사 중 하나은행 한 곳에서만 총 1조926억5600만원을 대출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부 공모자 존재 여부도 설득력 있게 전달되고 있다. 전체 사기 대출액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앞서 하나은행 주장처럼 정교한 위조 서류 때문에 속았는지, 아니면 여신관리시스템에 허점이 있는지, 내부 공모자가 있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 내부 관계자의 도움이 없이 1조원이 넘는 사기대출이 수년간 지속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800억 미회수 대출금 어디 갔나? = 이번 사건 배후인물 등이 밝혀지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고있지만, 대출금의 사용처는 해외 도피 중인 전주엽 대표와 함께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협력업체들은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16개 금융회사에서 290억원 가까이(미상환 대출금 기준) 대출받았다.
금융권은 주범들이 기업을 사들이거나 개인용도로 돈을 사용했을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2011년부터 휴대폰을 납품했다고 속여 대출 규모를 늘렸다. 같은 해 코스닥 상장사인 다스텍의 지분 11.89%(20억원)를 사들였다. 또 중앙티앤씨 서정기 대표 부인 소유의 물품 도매업체를 통해 상가 건물을 사들이는 데 80억원이 쓰였다. 충북 충주의 70억원대 별장도 매입했다. 필리핀과 마카오 등지로 골프와 도박을 하러 가는 등 향응도 수억원을 소비했다.
하지만 이 정도 정황으론 납득이 안 된다. 경찰이 미상환금 약 2894억원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KT·KT ENS 윗선 개입 없었나? = 지난 12일 은행권과 책임 공방을 벌여온 KT ENS가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은행권은 채무를 동결하기 위한 명백한 꼬리자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경찰의 후속 수사 과정에서 KT와 KT ENS 내부 관련자 존재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거액의 대출이 이뤄졌고 관련 서류가 모두 위조되는 등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수년간 KT ENS 측은 이를 파악조차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김성만 전 KT ENS 대표가 이석채 전 KT 회장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