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 사용 18개국) 재정위기로 타격을 입었던 각국이 낮은 금리에 힘입어 국채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들은 이미 올해 자본조달 목표치의 29%를 달성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특히 채무위기를 겪으며 유로존의 뇌관 중 하나로 지적된 포르투갈은 이미 국채발행으로 올해 자금 조달 목표치의 절반가량을 채웠다고 FT는 전했다.
통상 자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연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올해의 경우 유독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올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이 공급한 유동성으로 국채 매입이 활발했던 시기인 지난 2년간의 연초 발행 국채 규모조차 앞지르고 있다.
유로존의 국채발행 증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도 유로존의 자금 조달 환경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ECB의 장기대출제도(LTRO) 시행과 유로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 낮은 물가상승률 등 때문에 유로존의 국채 금리가 낮아지면서 발행 증가로 이어졌다고 FT는 분석했다.
아힘 린센마이어 도이체방크 국가·초국가팀 공동 대표는 “올해 유로존 국가들은 좋은 출발을 했다”면서 “특히 주변부 국가들의 경우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금리차)와 이들의 국채에 관심 있어하는 투자자 수준을 봤을 때 극적인 개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혼란 속에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유로존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에릭 닐슨 우니크레디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은 거의 안전투자처가 됐다”며 “신흥국과는 확실히 차별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