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72만㎡ 부지가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이 추진되며 이 일대의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좌초된 용산역세권개발과의 공통점을 들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4대강 1.5배의 사업비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2006년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된 이후 이해당사자들의 셈이 엇갈리면서 무려 6년이 지난 2012년 말 터파기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내 돈이 바닥났고 곧바로 그동안 빚낸 돈에 대해 갚아야 할 이자만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며 결국 용산역세권에 국제업무지구를 세운다는 개발사업은 7년 만에 공중분해 사태를 맞았다.
공공기관이 내놓은 금싸라기 땅에 민간투자자들이 사업을 벌이는 모양새와 함께 서울시 등이 얽혀 있는 것이 이번 한전부지 개발과 비슷한 양상이기 때문에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용산사업의 경우 처음부터 ‘초고층 빌딩의 저주’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무성했다.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세워진 계획이 막상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져 계획이 무산되거나, 완공되도 분양이 거의 안 되며 파산을 맞는 것이 바로 ‘초고층 빌딩의 저주’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전 부지 개발 문제는 용산 때와는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본사 부지의 경우 용산역세권과 달리 토지보상 문제가 얽혀 있지 않고 강남의 ‘노른자위’여서 엄청난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용산개발사업 몰락의 화근이 된 데에는 코레일의 욕심도 한몫했다. 용산개발사업 사업자 선정 당시 삼성물산은 코레일 토지보상금으로 경쟁사보다 2조~3조원 많은 7조~8조원의 최고 금액을 써 내며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시행사로 선정됐다. 이는 당시 철도창부지 토지평가액인 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코레일은 앞뒤도 재지 않고 삼성물산의 손을 잡았다. 또 코레일은 지분 참여를 넘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길 원했다. 때문에 코레일은 개발에서부터 자금조달 방식에 이르기까지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과 사사건건 충돌을 빚었다. 최대주주인 코레일로서는 2대주주에게 사업의 전권을 빼앗긴 것이 못마땅한 처지였다.
하지만 한전의 경우 부지만 매각하고 실질적으로 빠지기 때문에 용산개발과 같은 마찰의 이유가 애초부터 없다는 것 역시 차이점이다.
실현 가능성도 용산보다 한전 부지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지의 경우 삼성과 현대차라는 국내 최고의 기업들이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고 외국계 기업들도 있어 용산과는 애초부터 다르다”면서 “용산의 좌초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이 자금난이었던 만큼 한전 부지 개발의 좌초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