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심상치 않은 지구 환경 -김준식 (사)아시안프렌즈 이사장

입력 2014-04-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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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올해 3월 25~29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에서 제38차 총회를 개최해 제5차 평가보고서를 승인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전 세계 300명 이상의 귄위 있는 관련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12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89도 상승했으며, 현재 추세로 간다면 21세기 말에는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3.7도, 해수면은 63cm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미래에는 해수면 상승, 연안 홍수 및 폭풍 해일로 인한 생명·재산 피해, 홍수로 인한 재해 및 질병, 사회기반시설과 핵심 공공 서비스의 와해, 극한의 장기간 혹서로 인한 취약 도시인구의 사망, 질병 및 기타 재해위험, 농업 생산성 저하 및 식량 불안정 등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히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류에 미칠 수 있는 위험(key risk)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는데 지구 평균기온이 20세기보다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2030년 이후 밀 수확량은 10년마다 2%, 옥수수 수확량은 1% 각각 감소하며 수자원 확보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한 세계경제 손실액을 소득의 0.2∼2.0% 수준(약 1400억∼1조400억 달러)으로 추산했다.

몇 년 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환경재난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기상학자 잭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가 남극에서 빙하의 변화를 연구하던 중 엄청남 굉음과 함께 거대한 빙하 지대가 둘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온 잭 홀 박사는 지구의 기상이변을 예측하고 미국 부통령이 참석한 기상 관련 학술회의에서 기상이변과 지구 대재앙에 대한 예측 모델을 설명하지만 미국 부통령과 고위 관리들은 이 말을 무시해 버린다.

그러나 곧바로 지구 대재앙은 시작됐고 지구 북반구는 한파로 온통 얼음이 뒤덮여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한다. 마침내 미국인들은 맥시코 국경을 향해 남으로 남으로 피난을 가고 멕시코 국경지대는 피난 온 미국인들의 거대한 난민촌으로 변한다.

다급해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 대통령에게 모든 부채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미국 난민의 멕시코 입국을 허락받아 미국인들을 멕시코로 대피시키지만 정작 스스로는 피난길에서 사망한다.

영화 ‘투모로우’는 장차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지구의 운명을 극단의 스릴과 스펙터클로 보여 준다. 이 영화는 어쩌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실제로 겪어야 할 지구 대재앙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이 영화가 더욱 실감나는 것은 2003년 말 미국 국방부의 최고 전략가 마샬이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한 기상이변에 대한 보고서와 거의 일치하고 있으며 영화 속 주인공 잭 홀 박사의 제안을 무시한 미 부통령은 2001년 3월 28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1997년 교토의정서를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당시 부시 대통령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아트벨과 위틀리 스트라이버의 ‘다가오는 지구 대폭풍(Coming Global Superstorm)’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세계 탄산가스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미국 정치인들에 대한 무서운 경고를 담고 있다.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이 아시아와 한국을 비껴가리라는 안일한 생각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 시절 나는 대통령자문 지속가능위원회(PCSD) 전문위원으로서 정부의 국토계획을 심의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해당 부처에 당부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내 당부가 어떻게 정책에 수렴됐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세계적 기상이변과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또 하나의 국방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대재앙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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