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한지 426일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사고 수습 후 수리’입장을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정 총리가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사고 수습 후 사표 수리하기로 했다”며 “박 대통령은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는 것인 만큼 먼저 사고를 수습한 뒤 이를 수리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선 사고 수습, 후 사표 수리’로 입장을 정한 것은 국민 여론의 향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총리를 교체할 경우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인 내각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박 대통령과 정부 전체의 책임 회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표 수리’ 방침에 따라 당분간 정 총리는 사퇴를 전제로 직책을 수행하는 ‘시한부 총리’로 사고 수습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 총리가 정부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퇴가 예정된 ‘시한부 총리’가 향후 실종자 구조 등의 과정에서 부처 간 조율과 조정에 혼선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을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진작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사고 수습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비판여론이 거세다. 실종자와 사망자 유가족들은 이날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내 대형 TV에서 정 총리의 사퇴 기자회견이 생중계되자 “무책임한 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야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미숙한 사고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정 총리의 사퇴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총리의 사퇴를 ‘국면전환용’으로 규정, 박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 수장인 총리가 홀로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며 비겁한 회피”라며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우선 총력으로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