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촌철만담] 中企 육성, 감싸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입력 2014-04-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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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원하는 지원정책만 낸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부 지원에 길들여진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일부 경쟁과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우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운영되던 지난해 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가 언급했던 한 마디다. 무조건 감싸주기만 하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뼈 있는’ 지적이다. 당시 박 당선인이 중소ㆍ중견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을 감안하면, 관료로서 다소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중소기업들에게도 일부 경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정책은 ‘언터쳐블(Untouchable)’의 영역이다. 사회 구조상 약자에 속하기 때문에 누구도 중소기업에 대해 잘못 얘기하면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에겐 온갖 지원 혜택과 규제가 완화되는 정책이 적용된다. 대기업들의 진출을 억제하면서 중소기업들을 보호하는 제도들도 최근 늘고 있다. 대기업들 입자에선 불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동반성장이니, 상생이니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자칫 대기업의 횡포, 욕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제도 등은 대기업들의 위협으로부터 중소기업들을 지켜주는 중요한 제도로 꼽힌다. 대기업들과 맞부딪히지 않고 비교적 순탄하게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에도 많은 중소기업 단체들은 자신들의 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이를 규제로 인식한다. 민간 합의로 이뤄지지만 이를 주관하는 동반성장위원장을 정부가 임명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정부 입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계와 합의를 이뤄냈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적합업종이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당장 대기업들과 경쟁이 없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안에서는 판매가 수월하다. 방어벽이 쳐진 시장에서 성장은 ‘야생(?)의 환경’에서보다 쉽다. 해당 시장이 초기 단계라면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중소기업들은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 수출 등 ‘제2 도약’을 준비해야 하지만, 막상 그 때가 되면 해외업체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경쟁력을 선보이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합업종을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합업종에 끝나지 말고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워줄 수 있는 경쟁을 일부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소기업청이 진행하고 있는 중소사업자간 경쟁제품 제도는 의미가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지만, 민수부문에서는 서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어서 중소기업들에게 최소한 생존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경쟁의 여지는 남겨두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온실 속의 화초’로 남아서는 안 된다. 충분한 기술력과 역량이 있는 중소기업들을 무조건 감싸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한국이 부러워하는 독일의 히든챔피언 역시 경쟁을 통해 성장한 강소기업들인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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