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에 불이 붙었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국내 기업 유일의 월드컵 공식 스폰서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9일부터 월드컵 관전과 현지 관광을 내건 글로벌 마케팅을 시작했다. 한국은 물론 독일, 러시아, 중국 등 58개국에서 차량 시승 행사를 열고, 참가 고객 중 200명을 추첨해 브라질 월드컵 관람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 할당된 입장권은 한국 국가대표팀의 출전 경기 16장(8쌍)으로, 당첨 고객은 항공기 이용은 물론 숙박·식사·관광(아마존 열대우림)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현대차는 이달 18일까지 행운의 주인공을 뽑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또 전략형 신차를 통한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24일 콘퍼런스콜에서 “월드컵 기간 중 축구 열기가 뜨거운 유럽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진행하고, 브라질에서는 현지 시장에 맞는 월드컵 스페셜 모델과 파생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은 축구 국가대표팀이나 선수를 후원하며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비록 공식 스폰서는 아니지만 스폰서와 같이 활동하며 광고 효과를 올리는 ‘앰부시마케팅(교묘히 규제를 피하는 마케팅)’이 그것이다. 선수 유니폼, 응원가 등 축구 국가대표팀의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표적 기업이 삼성전자와 카페베네다.
2018년까지 브라질축구협회를 공식 후원하는 삼성전자는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이미지와 브라질축구협회 엠블럼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2011년부터 대한축구협회와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카페베네는 대한민국 축구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신메뉴(초코악마빙수·승리의 그라운드 케이크)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주류업체는 월드컵을 통한 직접적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달 14일 무알코올 음료를 출시했다. ‘하이트제로0.00 2014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수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표현한 한정판 패키지다.
롯데주류는 지난달 4일 자체 기술의 맥주를 선보이며 월드컵 특수를 겨냥했다. 김조일 롯데주류 홍보팀장은 “6월 시작하는 월드컵이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호기다. 적극적 방법으로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새벽 4~5시에서 아침 7시로 경기 시간에 따른 맥주 매출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TV시장에 불이 붙었다. 월드컵이 대형 TV시장의 대목인 만큼 특화된 TV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최신모델로 축구 경기를 시청할 때 화질·음질을 최적화한 사커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탑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저가 대형 TV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TV 제조사인 스카이미디어와 함께 60인치 풀고화질 발광다이오드(HD LED) 3차원(3D) TV 200대를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169만원)에 판매한다.
유통업계의 판촉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나이키·아디다스 월드컵 상품전을 진행, 월드컵 열기를 고조시켰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특히 스포츠 관련 매출 신장률은 전체 매출 신장률을 9%나 상회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붉은악마 공식 슬로건 티셔츠를 독점 판매하고 있다. 티셔츠에는 붉은악마가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즐겨라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다.
금융권도 월드컵 마케팅에 가세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국가대표팀이 16강과 8강, 4강의 문턱을 넘을 때마다 0.1%포인트의 금리를 얹어주는 정기예금과 적금을 내놔 월드컵 특수를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