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한 달이 다 돼간다. 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뭘 고쳐야 하는지 몇 가지만 거론해보자.
첫째,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특정 기업이나 이익집단의 이익을 늘려줄 수는 있으나 직간접적으로 인명 피해와 환경 파괴 등 엄청난 사회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안전과 보건에 관한 규제는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전반적으로는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소방방재 예산을 비롯해 재난관리 및 위기 대응 예산과 인력을 크게 늘려야 한다.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더라도 형식적인 문서 비치에 그치고 위기 시 전혀 활용되지 않는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 가정 등 각 관련 주체들이 위기 상황에서 자구책을 마련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위기대응 훈련 프로그램들을 강화하고 위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공과 민간의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특히 유사시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세째, 안전을 도외시한 채 돈벌이에 눈이 먼 기업들의 무리한 사업 전개가 이번 사고를 일으킨 주요한 배경 중의 하나다. 한국은 이 같은 기업들의 행태로 인해 산업재해 사망률이 OECD국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들 기업들에 대한 경미한 제재와 처벌과 연관돼 있다. 실제로 국내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한 형량은 대부분 몇 백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실제로 작업을 지시한 원청기업이나 대기업은 빠져나가고 하청기업 등이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2008년부터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은 산재 사망이 발생할 경우 살인죄까지 적용하고 있다. 또 해당 기업은 1년 총매출액의 최대 10%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도 이 같은 기업살인법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네째, 이런저런 방안이 나와도 이 나라의 강력한 조직 문화와 습관으로 자리잡아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이 문제를 최고 국정 과제로 올려놓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 찰스 두히그 기자의 저서 ‘습관의 힘’에서 소개된 철강기업 알코아의 CEO를 역임한 폴 오닐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백악관 직속 관리예산국(OMB) 국장을 역임한 이후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철강업체 알코아의 CEO를 역임했던 폴 오닐은 당시 경쟁력이 뒤져 있던 사양기업 알코아를 되살리기 위해 ‘산업재해 제로’에 도전했다. 산재사고가 제로가 되려면 철저한 공정관리와 품질관리가 수반될 수밖에 없고, 직원들을 최우선시하는 회사 방침이 직원들의 사기를 고양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고 실제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관리자를 바로 해고하는 등 조직의 습관이 바뀔 때까지 강력하게 목표를 추진했다. 그 결과 알코아는 전세계에서 산재율이 가장 낮은 기업이 됐을 뿐만 아니라 폴 오닐의 재임기간 동안 알코아의 수익은 15배나 증가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나라에 뿌리 내린 생명경시와 안전경시의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꿀 의지가 있는지 돌아보라. 박 대통령은 말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관련 예산은 줄이고, 두 달여 전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를 겪고도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을 다시 살펴보지 않았다. 더구나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얼마나 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서도 계속 규제 완화를 되뇌고 있다면 참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직접 피해자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임기 내내 폴 오닐이 그랬던 것처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끈질기게 추진하기 바란다. 그것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생떼 같은 이 땅의 아이들을 숨지게 한 데 대한 최고 국정책임자의 당연한 의무이자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