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동통신 3사가 68일간의 영업정지를 마치고 일제히 영업 재개에 들어간다. 장기간 영업 공백으로 인한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사운을 건 ‘공짜폰 전쟁’에 돌입했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통해 통신비를 낮춤으로써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이통 3사의 묘수다. 일각에선 과열경쟁, 알뜰폰 사업 붕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영업재개와 동시에 사실상 공짜폰인 이른바 저가폰 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이통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지적됐던 단말기의 출고가를 동시에 인하한 것이다. 이통 3사는 업체마다 8~9종의 단말기를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낮춰 판매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똑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SK텔레콤은 옵티머스와 베가시크릿업의 출고가를 30만원 이상 인하했다. 이 회사는 추가로 7개 모델에 대한 출고가도 곧 인하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전날인 19일 영업재개와 동시에 9종의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했다. 자사 전용 스마트폰인 LG Gx, LG G 프로, LG G2, 갤럭시S4 LTE-A, 갤럭시 메가, 베가 아이언 등 9종의 가격을 평균 20만원가량 내렸다.
이통 3사가 영업재개와 동시에 저가폰 전략에 집중하면서 통신시장이 사실상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최문기 장관도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중저가 폰이 활성화될 경우 기존 보조금이 통신서비스 요금으로 넘어가 통신료 할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 장관은 이어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많이 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꾸 스마트폰을 교체한다”면서 “단말기 교체 주기가 줄어들면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중저가폰이 나오면 보조금을 요금 할인에 써서 통신요금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도 저가폰이 출시될수록 가입자 증가는 물론 통신비 인하로 이어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폰 출시가 지속될 경우 보조금이 줄어들고 이 돈이 곧 새로운 저가 요금제를 개발하는 데 들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약정에 따른 할인도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KT의 번호이동 고객 중 출고가 인하 기종 가입 비중이 43.1%에 달했다. KT측은 “청소년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저가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면서 “가입자 증가가 타사보다 많은 것은 저가폰 효과”라고 분석했다.
KT 관계자는 “저가폰 출시가 계속될 경우 추후 약정에 따른 요금 할인폭이 커지거나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제공되는 등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가폰 경쟁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저가폰의 과열경쟁으로 불법 보조금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단말기라도 이통사별로 제조사에서 공급받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통신사에서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이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저가폰 시장의 형성으로 알뜰폰 업계의 타격도 예상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가폰이 당장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이통사는 요금제와 서비스로 경쟁해야 하는데 자칫 단말기 경쟁에만 치중해 본원적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단말기 확보가 어려운 알뜰폰 업체들은 경쟁력을 상실해 시장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