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한 신냉전 시대 도래로 위기에 몰렸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분쟁과 역사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러시아에 공을 들여왔다.
아베는 지난해 일본 총리로는 10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포함해 다섯 차례나 만났다. 쿠릴열도 반환과 에너지 수입 등 일본이 러시아로부터 얻으려 하는 것들은 중요하다.
일본과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아직 평화협정을 맺지 않았다. 또 러시아는 1945년 쿠릴열도를 차지했다.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은 일본에 특히 절실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관계 개선 노력에 힘입어 일본과 러시아의 교역액은 지난해 348억 달러(약 35조656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또 지난해 러시아와 처음으로 외교ㆍ국방장관 대화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아베가 그토록 공을 들여왔던 러시아와의 긴밀하고 협력적인 관계 구축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일본은 ‘울며 겨자먹기’로 서구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푸틴은 서구권의 제재에 대항해 중국과의 관계를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고 있다. 그는 20~21일 이틀간의 방중 기간 동중국해에서 사상 최초로 열린 중국ㆍ러시아 합동 해상군사훈련 개막식에 참석했다. 또 양국은 10년 넘게 질질 끌었던 가스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고립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아베가 총리에 오른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일본이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아베는 여전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박근혜 대통령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한ㆍ일 관계는 위안부 문제 등으로 냉랭하다.
다만 티나 버렛 일본 소피아대 정치학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여전히 일본을 필요로 한다”며 “러시아는 에너지와 안보 등 일련의 이슈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는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푸틴은 아베와의 파트너십에 관심이 있다”며 “특히 일본이 서구와의 관계를 치유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이 가장 중요한 아베는 현재 러시아에 내밀 카드가 별로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