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억대연봉, 행장급 의전’
은행권의 감사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최고경영자(CEO)만큼 업무 부담은 많지 않은 대신 하는 일에 비해 고액 연봉을 받아 관료들이 퇴임 후 ‘노후 보장용’으로 선호하는 자리다. 국내 시중은행의 감사위원(사외이사)들이 작년 한해 동안 받은 보수는 평균 1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감사 자리에 대한 인기도 높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상임감사 자리는 감사원·금감원·기획재정부 출신 퇴직 인사들이 독식하고 있다. 이들은 감독 대상인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어 좋고 금융회사들은 관료 출신을 영입해 로비나 방패막이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고 업무에 대한 부담이 적어 정부기관 출신들이 선호하는 자리가 바로 은행 상근감사”라며 “상근감사 임기가 마무리되고 새롭게 선임될 경우 이 자리를 차지하려는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전·현직 고위 관료들을 영입하는 금융회사들은 “출신 배경이 아닌 전문성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관리·감독기구 출신이 금융사 감사위원에 앉아 있으면 해당 기관의 직원들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최근 KB금융 사태에서 나타났듯 감사는 은행장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행장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일정 부분 경영에 간섭이 가능하다. 각 은행들의 규정에 따르면 감사위원들의 권한은 포괄적이며 막강하다. 감사위원회는 언제든지 은행과 자회사의 모든 정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가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관련 임직원 및 외부인을 불러 관련자료와 의견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기관 출신인 감사에 의한 인사 개입과 내부 청탁 등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민은행 노조는 기재부 출신인 정병기 상임감사가 부점장 인사발령을 두고 부당한 인사 개입을 시도했다며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은행장과 상근감사위원의 면담 직후 부점장 인사발령이 갑자기 연기되는 등 압력이 있었던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문제가 된 저축은행들이 감사원, 금융감독원 출신들을 감사·사외이사로 영입해 놓고 로비스트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독기관의 직원들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