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같은 구성으로 된 펀드 상품이더라도 환 헤지를 하는 펀드가 그렇지 않은 펀드를 수익률에서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환 헤지 여부만 다른 펀드 86종(43쌍)의 지난 10일까지 1년 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43쌍 모두 환 헤지 상품의 수익률이 환 노출 상품의 수익률을 앞섰다.
‘블랙록월드광업주자’ 펀드는 환 헤지를 한 상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5%였지만, 환 노출 상품은 -8.4%로 손실을 봤다.‘교보악사글로벌마켓파워자’ 펀드도 환 헤지를 한 상품은 14.5%로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 수익률 4.5%을 1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특히 아베노믹스 효과에 엔화가 현저히 약세를 보인 일본 펀드들의 격차는 대부분 10%포인트를 넘었다.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전환자’ 펀드는 환 헤지 상품의 1년간 수익률이 18.1%에 달했으나 환 노출 상품의 수익률은 1.7%에 불과해 16.4%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최근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펀드들 역시 그나마 환 헤지를 한 상품의 손실이 환 노출 상품보다 작았다.
‘미래에셋차이나A셰어자 1’펀드는 환 헤지 상품 수익률이 -18.3%였으며 환 헤지가 되지 않은 펀드는 -27.1%로 8.8%포인트 더 손실이 컸다.
원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지속하면서 현지에서 같은 수익을 냈더라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환차손 위험을 피한 펀드가 그렇지 않은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두거나 손실을 덜 보게 된 것이다. 원화가 수년째 강세를 보였던 만큼 3년, 5년 수익률에서도 환 헤지 여부에 따라 펀드 수익률은 차이를 보였다.
반대로 원화가 약세를 이어가거나 달러화나 투자 대상국 통화가 강세라면 환 노출 상품의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이 향후 세계 경제 상황과 각국 경기, 통화정책을 예상해 환율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펀드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인 투자 자산의 향방을 더 고려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 주식형 펀드 500여 종 가운데 환 헤지 상품과 환 노출 상품이 짝을 이뤄 출시된 펀드가 80여 종에 불과한 터라 투자자들이 환 헤지 여부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김훈길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초 자산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므로 환 방향성이 어떤 쪽이든지 기초 자산의 가격에 따라서만 결과를 볼 수 있는 환 헤지 상품이 보통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