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원들이 학교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에 위치한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유·초·중·고 현장교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차 국가교육과정포럼 '현장으로부터(Bottom up), 교육과정 개정에 바란다!'가 열렸다.
포럼연구 총괄책임을 맡은 주명덕 한국교원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국가교육과정 개정이 총론은 교육학자, 각론은 교과교육학 교수들의 주도로 이뤄짐에 따라 실험적 이론 적용으로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다"고 지적하며 "이번 포럼은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도출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프레임을 짜고,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현장으로부터 폭넓게 형성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어 안양옥 새교육개혁포럼 상임대표는 "교원을 진정으로 전문가로 인정한다면,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 폐지를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새로 당선된 시·도교육감들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유·초등,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교 급별 3개 섹션으로 나뉘어 교육과정 운영 현실과 개정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특히 △유치원 누리과정과 초등교육과정 간의 연계성 미비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에 따른 수업과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 △학교스포츠클럽 등 창의적 체험활동 증가로 인한 교육과정의 지각변동 △입시에 종속된 중·고교 교육과정의 파행운영 실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주제발표자인 유청옥 서울새싹유치원 원장은 "현행 누리과정이 3~5세 모두 5시간 기본과정을 권장하는데, 3세에게 5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라며 ”초등학교처럼 연령별로 수업을 달리 할 수 없는 유치원의 현실을 고려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태일 서울도봉초교감은 "2015 교육과정개정 시 누리과정-초등교육과정 연계 통합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동시에 학제 개편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유아교육이 국가 기본학제에 포함돼 있다"며 "우리도 학제를 유아 3년-초등-중등-고등으로 확대 개편한다면 유·초등 교육과정의 원활한 연계는 물론, 공교육 내실화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진로진학을 위한 자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준형 서울 신목고 교감은 주제발표에서 고교 교육과정이 대입 일정과 불일치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3학년 1학기까지 교육과정을 끝낼 수 있도록 학교 자율권을 확대하고, 3학년 2학기는 자유학기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이과 통합교육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는 "2009 개정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다양한 과목 개설이 가능하도록 구안됐으나, 현실적으로 수능에서 국·영·수 비중이 높고 탐구과목 선택이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축소되면서 고교 수업이 파행을 거듭하고 학생들의 온전한 기초 지식습득은 물론 바른 인성함양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새롭게 도입되는 통합형 교육과정에서는 문·이과의 경계를 완전히 없애고 교과목을 골고루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교육과정포럼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후원으로 공교육의 기본 로드맵인 국가교육과정 개정에 앞서 현장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미래사회를 이끌 통합형 인재육성을 위한 현실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 연말까지 총 5회에 걸쳐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