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상이 3일 북핵을 겨냥해 “확고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한국을 첫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이처럼 한중 정상의 공동성명에 사실상 북핵을 겨냥해 ‘확고한 반대’라는 입장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6월 두 정상이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의 ‘심각한 위협’에서 경고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북핵’이라는 직접적 표현대신 ‘한반도’라는 문구를 넣은 건 다소 아쉽다.
취임 후 5번째로 공식 회동한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를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타결, 인적·문화적 교류의 확대 등을 의제로 단독 및 확대회담을 잇따라 가졌다.
두 정상은 회담을 통해 상호신뢰에 기반을 둔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관계의 미래상으로 △공동 발전을 실현하는 동반자 △지역 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 △아시아의 발전을 추진하는 동반자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동반자라는 이른바 ‘동심원 확장형’ 4대 동반자 개념을 제시했다.
성명에는 또 “양측은 한반도비핵화 실현을 위해 관련 당사국들이 6자회담 프로세스를 꾸준히 추진하며 이 과정에서 관련당사국들이 상호존중의 정신 하에 양자 및 다자간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9.19공동성명에 따른 관련 당사국들의 관심사항을 해결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두 정상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동인식을 모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데도 견해를 함께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자제와 북핵 폐기, 핵무기비확산조약(NPT)으로의 복귀 등을 담은 9.19공동성명을 6자회담 참가국들이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문제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등 드레스덴 구상을 강조했으며, 시 주석은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한국측의 노력을 적극 평가했다는 내용이 성명에 포함됐다.
이어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염원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실현되기를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 한중 공동성명에 비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입장 표명, 6자회담 ‘재개 조건’ 마련과 ‘의미 있는’ 대화재개 노력 필요성에 대한 의견일치, 드레스덴 통일 구상에 대한 포괄적 지지 확보 등의 진일보한 내용이 이번 성명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검증을 통한 훼손시도와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 등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도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담지 않았다.
다만 정상회담 후 채택된 부속서에서 양측은 관련 연구기관간 위안부 문제관련 자료의 공동연구와 복사, 상호기증 등에서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함으로서 위안부 문제를 공식 언급했을 뿐이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진전을 긍정평가하고 연말까지 협상타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원-위안화 직거래 체제구축에도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또 2016년까지 양국간 인적교류 1천만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증면제 범위의 단계적 확대방안을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2015년을 ‘중국 방문의 해’, 2016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각각 지정했다. 양국 정부간 ‘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협정’도 체결하기로 했다.
성명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간 외교안보 고위전략대화의 정례화, 양국 외교장관간 연례적인 교환방문의 정착, 양국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1.5트랙 대화체제의 설치, 2015년 해양경계획정 협상의 가동 등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