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지도자들이 정치와 경제, 안보 등 온갖 현안을 놓고 논의하는 제6차 미국ㆍ중국 전략경제대화가 문을 열었다.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등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사이버해킹 등 양국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번 대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위안화 환율 문제와 양국 투자협정, 상하이자유무역지대 등 총 60개에 이르는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면 세계에 재앙이 된다”며 “높은 수준의 협력을 견지하고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35년간 양국 관계는 앞으로 나아갔다”며 “양국이 상호존중의 자세로 전략적인 인내심을 유지하고 개별적 사건과 발언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리 앞에 놓일 기복에도 확고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찰이 있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평화의 길을 고수할 것이며 중국과 미국은 차이보다는 공통 이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연설에서 양국 관계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 의해 정의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중국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보지 않으며 우리는 중국을 억제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중국을 환영한다”고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부인했다.
그러나 시 주석과 케리 장관의 발언에서도 양국의 미묘한 신경전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지난해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신형대국관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동시에 양국은 주권과 영토를 서로 존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진출 강화에 경계감을 표시하는 미국을 견제한 셈이다.
반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에 역점을 두는 등 양측이 대화와 화합의 중요성 역설하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화가 단순히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 되며 양국 간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