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하루빨리 이뤄져야

입력 2014-07-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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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통계상 사람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상실과 이별이다. 그중 배우자 등 가족과의 이별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우리나라엔 한국전쟁으로 인해 이별의 아픔을 안은 채 살아 가는 이산가족이 현재 7만5000여명이나 된다. 헤어져 지낸 세월이 64년이나 흘렀으니 당시 20세 청년은 84세의 노인이 되었고, 30·40대 장년들은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북한이 9월 열리는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대남 유화 제스처를 이어가고 있다. ‘미녀응원단’을 앞세워 남한 땅을 밟는다. 미녀응원단은 남북 스포츠 교류의 상징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조명애가,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응원단원으로 참가해 북한 미녀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록 17일 개최된 아시안게임 남북실무접촉이 무산됐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분명 이번 아시안게임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무엇보다 기대가 되는 건 아시안게임 개막일(9월19일) 열흘 전이 추석 연휴 기간으로, 북한이 전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조건으로 북한이 무엇을 요구하든 우리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상봉 정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만남에는 상봉(相逢), 해후(邂逅), 조우(遭遇) 등이 있다. 그런데 각각의 쓰임새가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상봉’은 ‘서로 만남’이란 뜻으로 ‘상우(相遇)’와 같은 의미다. “10년 만에 상봉한 모자는 울음을 그칠 줄을 몰랐다”처럼 쓸 수 있다.

‘조우’와 ‘해후’ 역시 ‘만나다’란 의미를 안고 있지만 쓰임새가 다소 다르다. ‘조우’는 예상치 못하고 우연히 맞닥뜨릴 때 알맞은 표현이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연락이 끊긴 친구를 20년 만에 길거리에서 조우했다”처럼 쓴다. 그리고 ‘해후’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남’이란 의미로, 박경리 소설 토지에 “이십 년 만의 해후를 기뻐하기는 이들의 심정은 사실 착잡했다”란 문장이 나온다.

이처럼 ‘조우’와 ‘해후’엔 우연성이 있다. 즉, 약속하지 않은 ‘뜻밖의’ 만남일 때 ‘조우’나 ‘해후’를 쓰면 된다. 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처럼 미리 정해진 시간, 장소에서 만나는 경우에는 ‘상봉’을 쓰는 게 맞다.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장장 138일 동안 대한민국은 온 나라가 연일 눈물 바다였다. 분단의 그늘에서 피눈물을 흘려온 이산가족들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타이틀 아래 30년 만에 극적 상봉을 했다. 그로부터 또다시 그들의 아픔이 녹아든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과의 싸움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산가족 중 사망자 비율이 2003년 15.9%에서 현재 절반에 육박하고 있어서다. 물론 지금 남북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정치적·경제적 현안들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 사안들은 이산가족 상봉과 별개로 풀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정부가 이번 기회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이끌어내 그들의 기다림에 지친 눈물이 환한 웃음으로 바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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